단톡방에 교장 불러 “미친 여자”…충격적인 학부모 '갑질 메시지'

“조용히 정년까지 갈 마지막 기회” 협박 난무

지난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가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들이 연이어 세상을 등지면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폐해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단톡방을 만들어 교사들에게 지속적인 ‘갑질’을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7일 교육전문매체 교육언론 창에 따르면 강남의 A초등학교 학부모 일부는 카카오톡 단톡방을 만들어 교장과 교사 등 교원들을 초대하고 압박을 가했다.


이 단톡방의 이름은 'A사모'(서울 A초를 사랑하는 모임)로 현재 366명이 가입돼 있다. A사모는 2021년 9월 3일 개설됐고 해당 학교 학부모들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임시 조립식) 교실' 반대 활동을 위해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매체는 A사모에 학부모 등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올린 글과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9월 7일 학부모 B씨는 단톡방에 교장이 들어와 있음에도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당시 교장이 충격을 받자 또 다른 학부모는 "교장 선생님 몸이 많이 안 좋아졌네. 부검해봐야 할 듯"이라며 비꼬았고 다른 학부모도 "부검하자"고 호응했다.


'남편 권력'을 내세워 교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해라", "젊(점의 잘못)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다", "괜히 사회에서 난다 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다", "진짜 이런 분들 나서면 무서운 것 알아야 한다" 등 집단으로 압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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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학부모는 “여기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본데 왜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라며 “조용히 정년까지 갈 마지막 기회”라고 협박성 발언을 내뱉었다.


이들은 교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공박했다. “교장 그릇 아니다”, “미친 여자”, “○○○씨, 동대문에서 장사하시다 오셨나요?” 등 비꼬았다. 결국 이 시기 모듈러 사업은 A초와 서울시교육청의 사실상 포기선언으로 취소됐다.


사업이 철회된 이후에도 A사모 학부모들은 "오늘도 아침을 모닝 민원으로 시작했다", "민원은 사랑입니다"라면서 서로의 민원을 독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단톡방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무렵 교사들의 추모 집회 참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학부모는 "집회하시고 복귀하시면 학생들에게 교실 비워 미안하다고 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 19일 한 교사가 병가를 내자 학부모는 “코로나? 식중독?”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교사는 “우리는 교사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단톡방에서 언제든지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교육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이것은 교사 사냥”이라고 매체에 하소연했다.


한편 매체 보도 후 한 학부모는 “A초 학부모는 3000여명인데 이 단톡방에 들어와 있는 분들은 300여 명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마치 학부모 전체를 대표하는 양 익명성 뒤에 숨어서 학교를 공격하는 바람에 우리 아이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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