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며 인구 감소는 45개월째 이어졌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6명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1만 9102명으로 1년 전보다 1373명(6.7%) 줄었다. 7월 기준 출생아 수가 2만 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출생아 수는 올 6월(1만 8615명)에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 들어 출생아 수가 2만 명을 넘은 것은 1월(2만 3179명)과 3월(2만 1138명)뿐이다.
출생아 수는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째 감소세다. 출생아 수는 지난해 9월 전년 동기 대비 13명 늘며 반등한 바 있다. 단 13명 수준의 깜짝 반등을 빼면 출생아 수 감소세는 사실상 2015년 12월부터 9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충북(6.2%)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출생아가 줄었다. 특히 광주(-12.6%), 충남(-10.6%), 부산(-10.0%) 등 일부 지역은 출생아가 10% 넘게 줄었다. 서울(-6.6%), 경기(-9.1%) 등 수도권 감소율도 만만치 않았다.
반면 사망자는 꾸준히 증가세다. 올 7월 사망자 수는 2만 8239명으로 1년 전보다 2166명(8.3%) 늘었다. 7월 기준 출생아 수와 비교하면 9000명 이상 많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연간 기준으로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은 2020년 처음 발생한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어졌다. 월별로 보면 2019년 11월부터 45개월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58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합계출산율은 올 2분기(0.7명)에도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선방해도 0.7명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청년층의 결혼 기피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중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지난해 5월 기준 36.4%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2년(56.5%)과 비교하면 20.1%포인트 감소했다. 올 7월 혼인 건수(1만 4155건)가 1년 전보다 792건(-5.3%) 감소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통상 혼인 건수는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로 본다.
당장 관건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고 있는 '2차 에코붐(1991~1996년생)' 세대다. 이에 정부는 육아휴직급여 월 상한선을 기존 150만 원에서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 원 초반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 최저임금은 209시간 기준 올해 201만 580원에서 내년 206만 740원으로 오른다.
이민자를 늘려 저출산 현상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병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겸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은 최근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3’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인구·지역 소멸 위기에 대한 현실적 해답은 이민 정책뿐”이라며 “이민자를 2배 이상 늘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