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고 나면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새삼스레 부모님 건강이 더 걱정되고, 면역력이 약해진 부모님께 좋은 영양제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이 걱정된다면 효과가 확실한 백신부터 고려해 보면 어떨까. 다행히 고령자에게 치명적인 대상포진, 폐렴, 독감은 대부분 예방접종으로 방어가 가능해 '효도 백신 3종 세트'라고도 불린다. 문수연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살펴보자.
대상포진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감염을 100% 예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상포진 발생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고, 걸리더라도 가벼운 통증으로 지나갈 수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수포, 발진 등의 피부 증상과 함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노인 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적극적으로 접종이 권장된다.
대상포진 백신은 크게 생백신과 사백신, 2종으로 나뉜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로 만드는 생백신은 50세 이상에서 1회 접종이 권장된다. 단, 임산부나 면역저하자는 접종 금기 대상이다. 사백신은 만 50세 이상이거나 만 19세 이상 면역저하자에게 권고된다. 2회 접종이 다소 번거롭게 여겨질 수 있으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도 맞을 수 있다. 다만 임산부는 사백신도 접종이 권고되지 않는다. 문 교수는 “대상포진은 재발이 많다”며 “과거에 감염된 적이 있더라도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폐와 기관지에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최근 5년간 65세 이상이 폐렴 사망자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층에게 위험하다. 폐렴의 주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폐렴구균이라고 부르며, 다양한 백신이 개발되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은 예방할 수 있는 혈청형에 따라 ‘23가 다당류백신(PPSV)’과 ‘13가 단백접합백신(PCV)’으로 나뉜다. 23가 백신은 숫자 그대로 더 많은 혈청형에 대비가 가능하다. 13가 단백접합백신은 예방 가능한 혈청형의 수가 적지만 예방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65세 이상의 경우 23가 백신은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만성질환이 있다면 2가지 백신을 모두 접종하는 편이 권고된다. 13가 백신을 접종하고, 8주 이상의 간격으로 23가 백신을 접종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이가 젊더라도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다면 13가 백신을 먼저 접종하고, 1년 후 23가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한다.64세가 되기 전에 2가지 백신을 접종했다면, 65세 이후에 23가 백신을 1회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되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접종 시기를 결정하는 게 좋다.
문 교수는 “성인에게 13가 백신이 접종 가능해진 2012년보다 먼저 23가 백신부터 맞은 사람들은 접종 일정이 달라진다"며 "가까운 보건소 또는 병원에 방문해서 접종 일정을 정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생기는 감염증이다. 독감 백신은 매년 유행할 인플루엔자 균주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예측해 새로 만든다. 매년 가을이 되면 그 해 겨울에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맞는 백신을 새로 접종하는 게 원칙이다. 유아동과 고령층이 대표적인 고위험군으로, 독감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독감 백신은 크게 3가와 4가 백신, 2가지로 나뉜다. 3가 백신은 A형 인플루엔자 2가지와 B형 인플루엔자 한 가지를 예방할 수 있고, 4가 백신은 A형과 B형 인플루엔자 각각 두 가지를 예방할 수 있다. 좀 더 다양한 유형의 인플루엔자로부터 면역력을 확보하기에는 4가 백신이 더 유리하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백신을 챙겨 맞으려면 접종 스케줄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대상포진?폐렴구균?독감 백신이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3가지를 동시 접종해도 문제가 없다고 조언한다. 문 교수는 “3개를 한 번에 맞으면 부작용이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며 "여러 백신을 동시 접종해도 부작용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단, 손 위생과 같은 기본적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예방접종 만큼이나 감염병 예방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