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나 금융, 경제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영화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랬죠”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태를 코믹하게 해석한 ‘덤 머니’는 프로듀서 애런 라이더의 광속 추진력으로 탄생한 영화다. 2023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프리젠테이션에 초청된 애론 라이더 프로듀서는 “팬데믹 시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4일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게임스탑 사태가 벌어졌다. 시시각각 바뀌는 헤드라인을 읽으면서 이건 완전히 영화라고 생각했다.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해 벤 미즈리치와 판권 계약을 맺는데 3일 걸렸고 이 자리(토론토 영화제)에 오기까지 빛의 속도로 영화제작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자신을 ‘로어링 키티’라고 부르는 유튜버 키스 길(폴 다노)를 주인공으로 한 ‘덤 머니’는 벤 메즈리치의 ‘안티소셜 네트워크’가 원작이다. 이미 영화화된 베스트셀러 ‘소셜 네트워크’의 저자인 벤 메즈리치가 게임유통업체 ‘게임스탑’ 사태를 재구성해 2021년 발표한 책이다. 애론 라이더는 “어떻게든 게임스탑 사태에 관한 책이나 기사 같은 콘텐츠 IP를 찾아내야만 했다. 뉴욕타임스를 샅샅이 뒤지다가 벤이 집필 제안을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고, 벤을 만나 판권 구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MGM 영화사가 관심을 보여 그가 영화 제안을 했을 때 벤 메즈리치는 아직 한 자도 쓰지 않은 상태였다. 책 제안서를 받고 인터뷰와 사전 조사 작업을 마치긴 했지만 작가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책의 판권을 ‘감’만 믿고 누구보다 먼저 계약한 것이다. 애론 라이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의 제작자로 이름을 알렸고 ‘프레스티지’ ‘컨택트’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에서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다.
영화 ‘덤 머니’는 지난 2020~21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태에 기반한 영화다. 뻔한 결말에 팬데믹 시기 게임스탑과 AMC 주식으로 대박과 쪽박을 오갔던 이들에겐 또다시 흥분과 악몽을 되새기게 해 관객 반응이 궁금하지만 어차피 영화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소재였다. 애런 라이더는 “그 시대를 보여주는, 그 순간의 영화처럼 느껴졌다. 팬데믹, 선거, 분열 등 여러 상황이 있었고 이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는 생각에 집착했다. 흥미로운 점은 매일은 아니지만 매일 이런 일이 일어나면 기대가 또 커진다는 것”이라며 “소셜 미디어의 힘을 보여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소셜 미디어가 팬데믹 초창기보다 더 강력했던 적은 없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실제로 당시 젊은 층은 고임금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학자금 빚에 허덕였고 로빈후드 앱을 통한 주식 거래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밈 주식에 투자한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월스트리트베츠’라는 주식 토론방을 만들어 집단 매수에 나섰다. 그렇게 개인투자자들이 지속적인 매수로 공매도했던 헤지 펀드들은 주식을 사서 되갚아야 하는 쇼트 스퀴즈에 내몰렸다.
애런 라이더는 “그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레딧 게시판과 월스트리트 베츠에서 정말 관심을 갖고 군단을 모은 사람들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테마도 있지만 이 영화가 폭넓은 관객층에게 어필하고 지나치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블랙베어 픽처스가 제작하고 컬럼비아 픽처스가 배급하는 영화 ‘덤 머니’는 긴장감 넘치는 빠른 편집이 개인투자자들과 공매도 투자 세력 간의 격전처럼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가 없다. 헤지펀드에 맞서 개미들의 봉기를 이끌어냈던 괴짜 유투버 키스 길(별명 로어링 키티)에 빙의한 폴 다노의 연기는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시절로 돌아가 ‘덤 머니’(전문성이 낮은 개인투자자의 자금)를 집결시키는 유능한 선동가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하은선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