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 물가가 계속 안정되고 있다는 소식에 상승 출발했던 뉴욕 증시가 나스닥을 제외하고 결국 하락 마감했다. 장중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관계자가 고금리 장기화 방침을 다시 한번 강조한 데 이어, 자동차 노도의 파업 확대, 미 하원의 예산안 통과 실패 소식 등이 연이어 나오면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58.84포인트(-0.47%) 하락한 3만3507.5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1.65포인트(-0.27%) 내린 4288.05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8.05포인트(+0.14%) 오른 1만3219.32로 상승 마감했다.
장초반 증시는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계속해서 둔화된다는 미국 상무부의 발표에 상승 출발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CE는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7월 0.2% 보다 상승폭이 줄었으며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망치 중간값(0.2%)도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는 3.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7월의 4.2%보다 줄어들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에 부합한다. 근원 PCE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물가 지표다.
분위기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한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흔들렸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뉴욕의 한 행사를 위해 준비한 연설문에서 “내가 보기엔 현재 금리 수준은 정점 금리에 도달했거나 가깝다”며 “한동안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고 평가했으며 고용 시장에 대해서도 “수요를 더 줄여야 한다”고 봤다.
이같은 메시지는 미국 정부 셧다운(일시적 운영중단)이나 자동차 노조 파업이 지속되는 중에 나왔다. 침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사건이 이어지는 와중에 연준 3인자인 윌리엄스 총재가 고금리 장기화를 전망하고 있다는 점은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이날 기존에 진행 중인 파업을 확대했다. 신규 파업에 돌입한 곳은 포드의 익스플로러와 링컨 에비애이터 SUV를 생산하는 일리노이주 시카고 조립라인과 GM의 쉐보레 트래버스 등을 생산하는 미시건 랜싱델타타운십 공장이다. 스텔란티스는 협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규 파업 확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파업 확대로 파업 참여 조합원은 기존 1만8200명에서 2만5200명으로 확대됐다. 전체 조합원 14만6000명 중 약 17%다. 이날 파업확대로 포드와 GM은 각각 1.11%, 0.57% 하락했다. 스텔란티스도 0.73% 내렸다.
미국 의회에서는 정부 셧다운의 암운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이 이날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찬성 198표 대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상원이 제안한 임시예산안은 매카시 의장이 상정을 거부한 가운데 매카시 의장안도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다음달 1일 부터 셧다운은 불가피하게 됐다.
샬란다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셧다운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1∼0.2%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0.1%는 260억달러 규모다. 커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크리스 파시아노는 “시장은 정부 폐쇄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폐쇄 기간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단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소비자 신뢰도와 금리는 어떻게 변할지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주제”라고 말했다.
종목별로는 나이키가 전분기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6.7% 올랐다. 매출은 129억 달러로 예상치 130억 달러에 못미쳤지만 주당순이익(EPS)가 94센트로 전망치 76센트를 크게 웃돌랐따. 특히 나이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매튜 프렌드가 “소비자 수요가 앞으로 매우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하면서 다른 운동용품 브랜드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풋라커가 2.3%, 언더아머가 4.58% 상승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큰 변동없이 혼조세를 보였다. 10년물 수익률은 변동률이 0bp(1bp=0.01%포인트)로 4.579%를 기록했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1bp 내려 5.504%를 기록했다.
다만 국채 금리가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란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주식에는 좋지 않은 신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는 이날 독일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경제에 녹아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10년물 수익률은 최소 5% 이상일 것”이라며 “우리는 지정학의 변화로 인한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있던 70년대 후반에 젊은 채권 트레이더였다”며 “지금 70년 대의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물가가 오르지는 않겠지만, 저물가 시대에서 고물가 시대로의 전환, 또는 지정학적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환에 따른 물가 기조 변화가 인플레이션을 높게 유지해 채권 금리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뉴욕유가도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 고금리 장기화 등 수요 불확실성에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92센트(1.00%) 하락한 배럴당 90.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가상자산은 혼조세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0.7% 하락한 2만6895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0.7% 올라 166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