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노조 파업에 정부 셧다운까지… 위기의 美 경제 [뒷북글로벌]

4분기 돌입을 앞둔 미국 경제가 파업·정부 업무 중지(셧다운) 리스크에 휘청이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파업 확대를 예고 중인데다, 내년 예산안이 하루 내 처리되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 셧다운이 불가피하다. 파업과 셧다운이 경제 회복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향후 경제 정책 결정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웨인카운티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시위 현장을 방문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CNN 등에 따르면 UAW는 노사 협상 진전이 없을 시 29일(현지 시간)부터 파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UAW는 지난 15일부터 GM·포드·스텔란티스 미국 내 공장 각각 1곳에서 동시 파업을 시작했다. 22일부터는 GM과 스텔란티스 38개 부품공급센터도 파업에 동참했다. UAW 노조원은 총 14만6000여 명에 달한다. 현재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만 1만8000명 이상이다. CNN은 “UAW의 파업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며 파업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조는 향후 4년 간 36%의 임금을 인상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며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위협 받고 있는데다, 자동차 업체들이 로봇 도입 등 공정 자동화를 서두르며 근로자들이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은 노조 요구에 따를 경우 공멸을 면할 수 없다며 난색이지만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UAW 파업이 정치 의제로 떠오르며 기업들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차기 대선 출마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자동차 업계를 찾아 ‘표몰이’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UAW 파업 현장을 찾아 '피켓라인(파업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노동자 대열)’에 동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無)노조 자동차 부품 공장을 찾아 집권 시 내연기관 자동차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캐빈 매카시(가운데) 미국 하원의장이 26일(현지 시간) 미국 의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10월 1일부터 미국 정부는 운영이 중단된다.EPA연합뉴스


UAW 파업 확대가 목전에 다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의회에서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미국 정부 회계연도는 10월 1일부터 시작돼, 이전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연방 정부 공무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돼 업무가 정지된다. 이 경우 국방과 안보 등 필수 인력은 무급으로 근무를 이어가야 하고, 그 외 공무원은 무급 휴직 처리된다. 미 상원은 임시예산안에 합의했으나 하원 내 공화당 강경파들은 법안 처리를 거부 중이다. 예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어서 이대로는 셧다운을 피할 수 없다.


시장은 파업과 셧다운이 불러올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UAW 파업이 일주일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0.05~0.1%포인트를 갉아먹을 것으로 분석했다. 셧다운으로 인한 분기별 연평균 성장률 감소치는 매주 약 0.2%로 봤다. 셧다운 타격이 길어질 수록 성장률 전망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과 셧다운으로 휴직 전환된 정부 노동자 80만명이 월급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소비 감소도 측정할 수 없는 간접 타격이다.


나아가 셧다운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정책 결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셧다운 기간 중 임금, 고용, 물가 등 통화 정책 주요 지표가 발표되지 않는 탓이다. 정보 부족으로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상승, 노조 파업, 셧다운,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등 여러 리스크 중 한 가지 충격은 미국 경제가 버텨내겠지만 동시에 터지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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