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희비 엇갈린 전통시장과 마트

전통시장 제수용품 자리 대신
대형마트 간편식 매출 일제히↑
고물가로 제수 비용 오른 데다
1·2인 가구 증가 추세도 한몫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에 있는 한 건어물 가게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이번 추석에는 마트와 전통시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통시장에서 공수해왔던 제수용품의 자리를 차츰 대형마트 간편식이 대신하고 있어서다. 고물가로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이 크게 상승한 데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2주 앞둔 15일부터 19일까지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피코크’의 간편 제수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39% 뛰었다. 이 수치는 올해 설과 지난해 추석 때도 각각 15%, 22% 오른 바 있다.


롯데마트에서도 1일부터 20일까지 제수용 PB 간편식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30% 상승했다. 이를 포함한 전체 간편식 매출은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에서 각종 떡, 전, 꼬치 등을 포함한 명절 간편식도 지난 추석과 비교해 무려 91% 많이 팔렸다.


하지만 이 기간 전통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뜸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명절 상차림 수요를 대형마트가 가져간 탓이다.


무섭게 오른 과일 가격이 명절 제사상의 간소화를 부추겼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대표 제수용 과일인 홍로 사과(상등급)의 27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뛰었다.


이외에도 쌀(16%), 팥(12%), 양배추(29%), 시금치(26%), 당근(23%), 붉은고추(42%)등 식자재 소매가가 줄줄이 올랐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도 추석을 3주 앞두고 제수용 품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지난해보다 3%, 대형마트는 2% 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20대 추석 성수품을 기준으로 보면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25일 브리핑을 열고 20대 성수품 소비자가격이 지난해 추석 전 3주 간 평균보다 6.3%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20대 성수품에는 배추, 무, 사과, 배, 양파, 마늘, 감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밤, 대추, 잣, 오징어, 고등어, 명태, 갈치, 조기, 마른멸치가 포함된다.


이런 정부의 설명에는 기저효과가 반영돼 있어 체감물가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추석을 전후로 소비자물가지수가 이미 2021년과 비교해 6% 가까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8월과 9월의 신선식품 지수도 전년보다 12∼15% 치솟은 바 있다.


연휴 기간이 끝나면 그간 억눌려 있던 가격 인상 압력이 터져나오면서 식품 물가는 당분간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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