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고립청년 52만명"…첫 '히키코모리' 복지 대책 내놓은 정부 [뒷북경제]

지난달 당정 '청년복지5대과제'서
고립·은둔청년 복지 정책 발표해
발굴-지원 체계 첫 마련에 의의
청년 고립 문제 장기화 예방 중요성 커
전 세대의 외로움 문제 극복 역시 숙제



지난달 19일 당정은 ‘청년 복지 5대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크게 △고립·은둔청년 △가족돌봄청년 △자립준비청년 △청년마음건강 △청년자산형성을 주요 청년 복지 정책 과제로 제시한 것이 이번 발표의 골자입니다.


이 중 고립·은둔청년에 대해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립·은둔청년이 52만 명(정부 추산)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올 정도로 관련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정부의 고립·은둔청년 지원 정책은 크게 ‘고립·은둔청년 발굴→사회 재적응 지원→사후 관리’로 나뉩니다. 우선 사회 복귀·재적응 의지가 있는 고립·은둔청년을 찾습니다. 고립·은둔청년층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정부가 도와드리겠다’고 홍보하는 게 주요 통로입니다. 이 외에도 가족이나 지방자치단체, 고립·은둔생활 경험자 등과 협업해 사회 복귀를 돕겠다는 설명입니다.


이후 고립·은둔청년 전국 네 곳에 세울 청년미래센터(가칭)를 토대로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는 ‘자기회복 프로그램’, 사회관계를 맺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는 ‘사회관계 형성 프로그램’, 공동 주거 공간에서 은둔청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생활 프로그램’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 외에도 일 경험, 가족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지원 서비스가 끝난 뒤에도 정기 면담이나 모임을 추진해 사후 관리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이 같은 고립·은둔청년 지원 정책은 내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6년 전국 확대를 목표로 추진합니다.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다듬기 위해 지난 8월 마무리한 정부 단위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를 활용합니다. 정부가 고립·은둔청년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이를 토대로 고립·은둔청년의 수요에 맞는 정책 프로그램을 짜겠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왜 ‘고립·은둔청년’에 주목했나


우선 고립·은둔청년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에도 관련 복지 체계가 미비했던 게 컸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인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긴 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립·은둔청년은 5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고립·은둔청년이 늘어나던 상황이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체계가 신설되는 것이 새로운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년층의 고립·은둔이 ‘장기적인 문제’로 굳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현재의 고립·은둔청년이 미래엔 ‘고립·은둔 중장년’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위기 취약 청년의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한 개인의 전 생애에서 중장기적으로 고립이 심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청년기에 선제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보사연은 부산시가 지난해 실시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를 예로 듭니다. 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부산시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사람 중 20대에 은둔을 시작했다고 답한 비율은 52.4%에 달합니다. 고립·은둔청년 문제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일본에서도 중장년(40~64세) 히키코모리가 61만 3000명(2018년 기준)으로 추산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고립·은둔청년은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입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청년 중 85.1%가 자신의 경제 수준에 대해 부족하다고 답해 서울시 청년 전체 대비 부족하다는 응답률이 1.7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주관적 정신 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고립·은둔청년의 43.2%가 ‘나쁘다’고 응답했습니다. 서울시 청년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단기적 문제는 ‘발굴’…‘모든 세대의 외로움’도 숙제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발하려면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고립·은둔청년이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은둔·고립청년을 정부가 얼마나 ‘발굴’하느냐에 따라 정책 프로그램의 성패가 달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고립·은둔청년의 절반인 56%가 탈고립·탈은둔 의사가 있다는 정부 자체 조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이들이 실제 정책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청년층 지원체계 구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로움’ 자체를 정책 대상으로 체계화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히키코모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후생노동성·소비자청·문부과학성 등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로 이어지는 정책 연계 시스템을 갖춰놓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히키코모리 문제가 중장년층까지 확대되는 등 전 세대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만 놓고 보더라도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립·은둔 문제가 청년층뿐 아니라 중장년, 나아가 노인층까지 아우르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이나 유럽연합(EU)에선 따로 ‘고립 청년’을 별도의 정책 대상으로 두는 대신 ‘전체 연령층’의 외로움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아예 2018년에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외로움이 대한 낙인 효과를 줄이는 캠페인을 펼치는 한편 각종 실태 조사를 통해 고독 퇴치를 위한 정책을 발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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