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연휴에는 서스펜스와 로맨스가 짜릿하게 얽히는 뮤지컬은 어떨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리고 있는 뮤지컬 ‘레베카’는 2013년 한국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아 화려한 무대로 다시금 돌아왔다.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의 작가 다프네 듀 모리에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뮤지컬이다. 1940년 미스터리 영화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대표하는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가 여러 편의 영상화를 거친 작품을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레이문드 극장에서 뮤지컬로 옮겼다. 이들의 조합은 뮤지컬 ‘모차르트!’와 ‘엘리자벳’으로 증명된 바 있다.
작품은 ‘나’가 음울한 대저택인 맨덜리 저택의 지난날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득한 과거, 휴양지 몬테카를로에 머물던 ‘나’는 반 호퍼 부인 밑에서 말동무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중 맨덜리 저택의 주인 ‘막심 드 윈터’를 만난다. 최근 부인 ‘레베카 드 윈터’를 잃은 그와 ‘나’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 ‘나’는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이 된다.
그러나 ‘나’는 맨덜리 저택의 집사로 일하고 있는 ‘댄버스 부인’에게 섬뜩한 기운을 느낀다. 레베카를 오랜 시간 모셔온 댄버스 부인은 ‘나’를 마뜩찮게 여기는 태도를 보인다. 이미 레베카가 사라진 저택 곳곳에서 ‘나’는 그의 흔적을 느낀다. 레베카는 한 순간도 직접 출연하지 않지만 그의 존재감이 커다란 무대를 가득 메운다.
한국의 웅장한 무대와 실력 있는 배우진이 ‘레베카’의 매력을 한껏 돋운다. ‘레베카’의 숨은 주인공은 댄버스 부인으로 꼽힐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무대를 강렬하게 빛낸다. 2013년 초연 이후 댄버스 부인으로 공고히 자리매김한 배우 옥주현과 신영숙이 댄버스 부인을 연기한다. 이후 시즌부터 합류한 리사와 장은아도 색다른 매력으로 댄버스 부인을 표현한다.
기자가 본 회차에서 댄버스 부인을 연기한 신영숙은 절제된 모습과는 정반대로 위압감을 노래하며 대표 넘버 ‘레베카’를 소화했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는 그는 매 순간 레베카를 향한 집착과 광기가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작품의 서술자이자 레베카의 자취에 압박감을 느끼는 ‘나’는 김보경과 이지혜, 이지수, 웬디가 맡는다. 맨덜리 저택의 주인 막심 역은 류정한과 민영기, 에녹, 테이가 연기한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인 웬디는 첫 뮤지컬 작품으로 ‘레베카’를 선택했다. 기자가 본 회차에서 ‘어젯밤 꿈 속 맨덜리’부터 청아한 음색으로 넘버를 노래한 웬디는 끊임없이 두려워하면서도 꼿꼿하게 꺾이지 않는 ‘나’를 그려냈다. 특히 막심을 맡은 민영기와 함께 부른 ‘하루 또 하루’는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듀엣이 로맨스의 한 자락을 드러냈다.
‘레베카’의 백미인 회전하는 발코니 무대를 비롯해 가장무도회의 화려한 의복 등 무대 전반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대한 규모의 앙상블이 그려내는 소문들은 맨덜리 저택의 불안정한 질서를 더욱이 위태롭게 만든다. ‘나’가 계속해서 구석으로 몰리는 가운데, 정교하게 설계된 반전은 작품의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7번째 시즌을 맞이한 레베카의 흥행 동력은 이어지고 있다. ‘명성황후’ ‘캣츠’ ‘맘마미아!’ 등 11편의 뮤지컬에 이어 10년 만에 누적 100만 관객을 넘어선 것. 작품은 다음달 19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다. 17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