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은 내가 책임져" vs "사회적 손실이 얼만 지 아냐" '흡연'을 둘러싼 끝없는 논란

흡연자·보건당국 시각 언제나 팽팽하게 엇갈려
저출산 시대, '국민 건강이 곧 경쟁력'인 것은 사실
5년간 흡연·음주 연계 질환으로 투입된 건보료 31조원 달해
흡연과 음주 바늘과 실처럼 떼려야 뗄 수 없어
내년도 건보료 동결됐지만 언젠간 대폭 인상 청구서로 돌아올 것

흡연 이미지.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정부 말을 어떻게 믿어 부족한 세수나 채우려고 하는 속셈이지, 뭐"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이 얼마나 큰 지 아세요?"



담배를 둘러싼 흡연자들과 정부 당국자들의 반응은 항상 이렇게 엇갈린다. 흡연자들은 "내 건강은 내가 관리한다"며 2015년에도 담뱃값을 올려서 부족한 세수 곳간을 채웠던 정부가 국민건강을 들먹이며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얘기한다. 반면 정부 관계자들은 일년에 흡연으로 인해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며 비흡연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가격 인상 등 특단의 대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흡연율을 낮춰서 흡연으로 인해 발생되는 각종 질병 치료에 투입되는 건보 재정 투입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측의 주장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개인의 건강은 개인이 관리하는 게 맞고, 개인이 관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개인의 건강이 곧 국가의 경쟁력과 맞닿아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저출산이 전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창 일선 업무현장에서 뛰어야 할 생산가능인구들이 흡연 연계 질환으로 인해 병원을 오가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건보재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맞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흡연과 음주로 인해 지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31조35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액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4조 5,342억 원, 2019년 5조 2,276억 원으로 증가하다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에는 4조 9,252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부터는 다시 증가 추세로 바뀌며 2021년 5조 3,923억 원, 2022년 5조 5,588억 원에 달했다.



전자담배 이미지.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흡연자들은 관련 통계에 이같이 반응할 수 있다. “우리가 내는 담배 피워서 내는 건강증진기금이 얼만 데 이래?"라고.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의거해 담배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보 재정에 투입하고 있지만, 매년 지원액보다 더 많은 건보 재정이 흡연으로 인해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건보 재정손실은 무려 3조 3,028억 원에 달한다. 술은 건강증진부담금이 적용되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는 음주로 인한 재정지출 전액에 대해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흡연자들은 “술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면 되지 않냐"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담배만 피우고 술은 마시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흡연과 음주는 마치 바늘과 실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회식 이미지.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비율은 15.9%로 OECD 평균(16.0%)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흡연율이 지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맞다. 그렇다고 이 같은 수치로 만족해야 하는 걸까. 저출산이 빛의 속도로 진행되면서 건보료를 낼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 내년도 건보료가 동결됐지만, 내년에는 인상될 공산이 크다. 누군가는 건보료를 부담해야 하고 건보료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만에 하나 (정부가 건보료율을) 동결할 경우 적자가 예상된다"며 "그 전에 한번 동결한 적이 있지만 그 다음 해에 당장 2%대로 올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2017년도 건보료율을 동결했지만 2018년에는 2.04%가 올랐다. 이에 앞서 2009년 건보료율도 동결됐지만, 2010년 건보료율은 무려 4.9%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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