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3파전의 경쟁을 뒤집을 작품이 나타났다. 현실을 여실히 반영한 서사에 제대로 망가진 강하늘, 정소민의 열연, 그리고 코미디를 향한 남대중 감독의 진심이 더해진 코미디 걸작의 탄생이다.
'30일'(감독 남대중)은 한때 누구보다도 열렬히 사랑했지만 이제는 남남이 되기로 결심한 남편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이혼을 30일 앞둔 상태로 다시금 싸움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며 그로 인해 동반기억상실 상태가 된다. 서로를 왜 미워했는지, 그리고 사랑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둘, 그들의 이혼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정열을 연기한 강하늘과 나라를 연기한 정소민은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작 '스물'(2015)에서도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던 둘의 티키타카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현실 부부처럼 보일 만큼 서로 반하는 과정부터 싸우는 장면까지, 모든 신들에서 두 배우의 호흡은 빛이 난다.
영화에서 가장 단단한 토대가 되어주는 요소는 바로 공감이다. '30일'은 결혼이라는 목표에 골인한 부부가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마치 실제 부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따온 것처럼 싸우게 되는 사소한 이유부터 이혼에 이르는 사건들까지, 부부뿐만 아니라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불쾌하지 않은 코미디 감각 또한 이 작품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부분이다. 때에 맞지 않는 코미디나 약자를 희화화하면서 억지웃음을 자아내는 철 지난 코미디가 있는 반면, 코미디에 누구보다도 진심인 남대중 감독은 거대한 드라마적인 장치 없이도 캐릭터와 서사의 반전 같은 작은 트릭들을 통해 관객들의 큰 웃음을 유발한다.
치열한 추석 3파전이 치러졌던 황금연휴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즐겼던 이들에게 연휴가 끝난 지금, 가장 많이 웃고 행복할 수 있는 작품은 '30일'일 것이라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재밌을 것이라 예상을 하더라도, 하지 않더라도 예상 이상의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