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되는 150엔에 육박했다. 일본 금융 당국이 여러 차례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엔화 가치 하락세는 오히려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3일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9.96엔까지 올랐다. 이는 150엔 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10월 20일(장중 150.16엔) 이후 최고(가치 최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달 일본중앙은행(BOJ)이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후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일 전고점을 경신하며 10년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개장 직후 0.7856%까지 오르며 2013년 9월에 기록한 전고점을 경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잇따른 매파적 발언에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며 엔·달러 환율 상승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107.21까지 뛰며 지난해 11월 23일(107.22)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 역시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연준은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며 금리 상단을 0.25%에서 현재 5.5%까지 올렸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언제든 필요한 상황이 오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BOJ는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전까지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 대규모 금융 완화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머지않아 160엔 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엔저 현상이 심화되자 일본 정부가 여러 차례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엔·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계속해서 높은 긴장감을 갖고 만전의 대응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외환 시세의 변동 폭을 고려해 판단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슌이치 재무상은 지난달 말에도 “외환시장 동향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보고 있다”며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