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이 기대치보다는 높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2.28%, 영업이익은 95.26% 급감했다. 이를 시장은 ‘바닥의 신호’라고 읽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 등으로 실적 상승만 남았다는 것이었다. 증권사가 내놓은 3분기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는 어떨까. 시간이 흐를수록 눈높이는 낮아졌다. 그만큼 골이 깊었다는 얘기지만 바닥론만은 맞았다. 실적 발표를 일주일가량 앞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 원 안팎이다. 영업이익이 조 단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매출액도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70조 원에 육박한 수준으로 예상됐다.
사상 최대 실적을 써가는 현대차·기아는 어떨까. 3분기 기준만 놓고 보면 현대차·기아의 통합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4조 4193억 원, 6조 2777억 원으로 역시 최대치다. 하지만 2분기와 비교하면 꺾였다. 2분기의 현대차·기아의 매출, 영업이익은 68조 4919억 원, 7조 6409억 원에 달했다. 증권 업계와 업계는 자칫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기도 했다. 업황을 볼 때 단기간에 이를 더 치고 나갈 호재성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4분기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액은 66조 원 선, 영업이익도 6조3000억 선으로 3분기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에 머문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2분기까지 실적을 이끌어왔던 게 사실이고 그게 그나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면서 “3분기 이후부터는 실적을 이끌 왕좌는 바뀌지 않겠냐”고 해석했다.
◇3분기보다는 4분기, 그리고 내년… 삼성전자, 바닥 찍고 업턴=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1일께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사 23곳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67조 8415억 원, 영업이익 2조 2912억 원이 예상된다. 영업이익이 6000억 원대에 그쳤던 1·2분기와 비교하면 실적은 좋아졌다. 다만 기대치는 1달 전, 3개월 전보다 낮아졌다. D램과 낸드 감산 규모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영향이 예상보다 높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메모리 사업의 주축인 낸드 플래시 시장의 더딘 회복세 역시 문제다.
다만 증권가는 4분기 이후 기대치가 높다.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주력인 D램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과 재고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컨센서스는 매출액은 70조 원대, 영업이익은 5조 원 선으로 전망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의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지난해 2분기 최대치 대비 D램, 낸드 모두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재고 소진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공 행진은 멈췄지만… 현대차·기아, 6조 원대 꾸준함 이어가=현대차·기아의 분기 실적은 2분기가 현재까지는 정점이다. 다만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꾸준히 6조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매출액은 39조 4752억 원, 영업이익은 3조 4882억 원으로 증권가는 전망했다. 기아 역시 3분기 예상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7% 상승한 24조 9441억 원, 영업이익은 263.12% 오른 2조 7895억 원이다. 물론 3분기 컨센서스는 기저 효과 측면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문제가 불거진 세타2 엔진 관련 평생 보증 프로그램 품질 비용을 실적에 반영했다. 당시 현대차는 1조 3600억 원, 기아는 1조 5400억 원을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올해는 친환경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수익 차종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부터 실적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있다. 현대차는 내년 1분기에 매출 39조 6000억 원 선, 영업이익 3조 5000억 원가량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지만 기아는 매출·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나 영업익에서 진폭이 작다는 게 큰 강점”이라면서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톱티어로서의 궤도에 올라섰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