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미국발(發) 긴축 공포에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했다. 환율 급등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동시 투매에 나선 탓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3월 하순 이후 처음으로 2400과 800선을 위협받았다. 채권시장에서는 회사채 금리가 1월 이후 최고치에 도달하면서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들에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전 거래일보다 29.29포인트(1.19%) 하락한 채 출발해 점점 낙폭을 키우다 결국 59.38포인트(2.41%) 떨어진 2405.69로 마감했다. 이는 3월 21일(2388.35) 이후 최저치다. 낙폭은 3월 14일(2.56%)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33.62포인트(4.00%) 내린 807.4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3월 21일(802.5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낙폭은 7월 26일(4.18%) 이후 최대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000억 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만 홀로 물량을 받아내며 8000억 원어치 넘게 순매수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500억 원, 500억 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락한 종목 수는 전체 934개 중 835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도 삼성전자(005930)(-1.32%), LG에너지솔루션(373220)(-4.30%),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4.49%), 삼성SDI(006400)(-5.37%), 네이버(NAVER(035420)·-5.11%), 포스코퓨처엠(003670)(-6.54%) 등 대다수가 하락했다.
업종별로도 기계(-3.24%), 의료 정밀(-4.63%), 건설업(-2.06%) 등 보험(0.82%)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 떨어졌다. 코스닥에서도 전체 1613개 종목 가운데 7월 26일(1455개) 이후 가장 많은 1413곳이 하락했다.
증시와 마찬가지로 채권시장도 하루 종일 요동쳤다. 이날 신용등급 ‘AA-’급의 3년 만기 공모 무보증 회사채의 민평 금리(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기업의 고유 금리)는 9월 27일보다 21bp(1bp는 0.01%) 오른 4.871%를 기록했다.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가 남아 있던 올 1월 초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1일 10.866%에 머물던 ‘BBB-’급 3년물도 이날 11.281%까지 올랐다.
국고채도 1년물을 제외한 모든 금리가 연고점을 경신했다. 특히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2.1bp 오른 연 4.351%에 마감해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에 4.3%대를 돌파했다. 10년 국채선물(LKTB)은 사상 처음으로 하한가를 맞으며 코로나19 여파가 미쳤던 2020년 3월 13일 이후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주식·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장이 서지 않은 추석 연휴 기간 연준 인사들의 잇단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여파가 이날 하루 동안 시장을 휩쓴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의회가 사상 처음으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해임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시장에 악영향을 준 부분으로 지목됐다.
상당수 투자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주식시장이 반등을 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과 한국의 채권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저신용 기업들에 자금 조달 부담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또다시 미국 국채금리 상승 부담이 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외국인 등의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하면서 코스피지수가 2400선에서 위태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