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돌아온다"…'증시 큰 손' 운용사, 패션·화장품주 집중 매수

국내 증시 두 달 넘게 약세장 속
'시총 5000억~2조' 중형주 위주
소비재·유통업종 중심 대거매입

지난달 27일 서울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우려에 국내 증시가 두 달 넘게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장기 투자 성향의 자산운용사들이 중국인 관광객(유커) 입국 재개를 노리고 패션과 화장품 같은 소비재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VIP·트러스톤·KB·한국투자밸류 자산운용사의 8~9월 ‘5% 지분 공시’ 내역을 조사한 결과 이들 운용사가 지분을 늘리거나 신규 매수한 종목은 11개였다.


구체적으로 4개사는 미용과 의류 등 소비재와 유통 업종을 대거 매입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5000억~2조 원 안팎의 중형주가 대부분이다.


VIP자산운용은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 MLB를 보유한 F&F(383220) 지분 5.27%와 세금 환급 대행사 글로벌텍스프리(204620) 주식 5.8%를 신규 취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텍스프리의 올해 영업이익은 외국인 관광객과 세금 환급 수요 증가에 영업이익이 16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69억 원)의 2.4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화장품 업체 코스메카코리아(241710)와 패션 업체 LF(093050) 지분을 각각 8.41%, 7.11%로 확대했다. KB자산운용은 안과와 안경점용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휴비츠(065510)와 미용 렌즈 업체 인터로조(119610) 지분을 각각 8.02%, 8.28%까지 늘렸다. KB는 또 코스메카코리아 지분을 5.32% 신규 취득했다.


소재 업종도 매수 목록에 올랐다. VIP자산운용은 반도체와 2차전지용 소재에 들어가는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한솔케미칼(014680) 지분을 6.17%로 확대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탱크의 단열재를 만드는 한국카본(017960) 지분을 5% 신규 취득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자산운용사가 유커 수혜를 노렸다고 보고 있다.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당국은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6년 5개월 동안 중단시켰다가 올 8월부터 재개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올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약 181만~349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잠재 소비 증가액이 약 3조 5992억 원에서 6조 958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F&F가 보유한 MLB는 중국에서만 연 매출 1조 원을 기록하는 브랜드이며 최근에는 신규 브랜드 수프라를 출시해 중국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며 “글로벌텍스프리는 유커의 국내 소비와 세금 환급 수요를 노리고 매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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