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희 라엘 대표 "생리대 판매 1위 넘어…글로벌 웰니스케어 기업 도약" [스케일업 리포트]

◆여성용품 브랜드 '라엘'
2017년 유기농 순면 생리대 선봬
아마존서 3년 연속 1위 자리 올라
여드름 패치 등 화장품도 입소문
5년 만에 연매출 7500만弗 신기록
작년엔 건기식 '라엘 밸런스' 론칭
국내 성공 발판 내년 美시장 진출

백양희 라엘 대표. 성형주 기자


미국 아마존 생리대 판매 1위, 연매출 7500만 달러(1000억 원) 달성, 글로벌 페미닌 케어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 유치 등 화려한 성과를 자랑하는 ‘라엘’이 종합 여성건강관리 기업으로 본격 진화한다.


라엘은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인 여성 3명이 모여 설립한 글로벌 여성 웰니스(웰빙과 건강을 뜻하는 피트니스의 합성어) 케어 스타트업이다. 3년 넘게 아마존 생리대 카테고리 1위를 유지한 여성용품 브랜드 ‘라엘’을 시작으로 2018년 미국에서 론칭한 뷰티 브랜드 ‘라엘 뷰티’와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엘 밸런스’를 운영하고 있다. 라엘 뷰티가 미국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00% 이상 성장한 라엘은 대표 제품인 ‘유기농 순면 커버 생리대’와 기초 화장품 라인의 인기에 힘입어 2022년 설립 5년 만에 연매출 75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누적 투자액 5530만 달러로 전 세계 페미닌 케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많이 투자를 받은 라엘은 단순히 생리대만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닌 여성의 삶과 건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6개월 만에 아마존 유기농 생리대 1위…제품력으로 소비자 사로잡아

백양희(사진) 라엘 대표는 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라엘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빠른 성장세의 비결로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 당시 건강과 환경에 대한 여성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며 “이와 동시에 아마존이라는 e커머스 플랫폼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고 여기서 유기농 생리대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라엘은 2017년 5월 미국 아마존에 대표 제품인 유기농 순면 커버 생리대를 론칭한 후 6개월 만에 유기농 생리대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유기농 생리대 카테고리 뿐만 아니라 아마존 전체 생리대 부문에서 3년 넘게 1위를 기록했다. 빠르게 아마존 정상을 찍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제품력’과 ‘입소문’이다. 백 대표는 “처음 유기농 생리대 시장에 진출했을 때 경쟁 브랜드가 5개도 안됐다”며 “여기에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후기가 쌓이면서 아마존에서 유기농 생리대를 검색하면 라엘이 가장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마존에 올라온 수천 개의 리뷰를 하나하나 모두 분석했다”며 “특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는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유기농 순면 커버 생리대를 6번 리뉴얼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설정하고 라엘을 설립한 백 대표와 2명의 공동 창업자(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CPO) 겸 라엘 코리아 대표, 아네스 안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들은 2017년 한국에서 발생한 ‘생리대 안정성 파동’을 계기로 2018년 1월 라엘 코리아를 설립하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아마존, 마켓컬리, 자사몰 등 온라인 채널을 위주로 판매를 이어오던 라엘은 2019년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오프라인 판로를 개척하며 첫 번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백 대표는 “2019년 말에 미국 타겟(Target)과 한국 올리브영에 입점하며 매출이 급성장했다”며 “이때부터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편의점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확보한 라엘은 지난해 기준 누적 생리대 판매량 6억 1000만 개를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백양희 라엘 대표가 4일 서울 강남구 라엘코리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미국서 ‘뷰티 브랜드’로 눈도장…두 번째 성장 계기 마련

라엘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엔진은 바로 2018년 선보인 클린 뷰티 브랜드 ‘라엘 뷰티’다. 브랜드 론칭 초기에 여성의 생리 주기에 따라 맞춤 케어가 가능한 마스크팩과 당시 미국에서 생소한 제품이었던 여드름 패치를 먼저 출시한 후 여드름성 피부를 위한 기초 화장품 제품을 선보였다. 2021년 미국에서 K-뷰티가 주목을 받자 라엘 뷰티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백 대표는 “현재 미국 매출의 절반 정도가 스킨케어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현지에서는 라엘을 생리대 브랜드가 아니라 뷰티 브랜드로 알고 있는 소비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라엘은 올 4월 리얼 라엘을 ‘라엘 뷰티’로 새롭게 단장하며 본격적인 국내 화장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미국에서 먼저 출시돼 여드름 피부 진정 효과로 뜨거운 인기를 얻은 ‘미라클 클리어 라인’을 중심으로 뷰티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백 대표는 “앞으로 뷰티 시장은 클린 뷰티, 비건 뷰티에 이어 여드름 관리에 특화된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보고 “성인 여드름을 관리할 수 있는 화장품 개발 및 판매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건기식 브랜드 선보이며 ‘우먼 웰니스 케어’ 기업으로 자리매김

라엘의 다음 목적지는 여성의 몸 밖이 아닌 ‘내부’다. 생리대와 스킨케어 제품으로 페미닌 케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여성 건강 관리’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너케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백 대표는 “여성의 웰니스를 위해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몸 속’을 관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엘 밸런스를 한국에 먼저 론칭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설립된 라엘 밸런스는 올 7월 기준 라엘 코리아 자사몰 판매량의 10%를 차지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제품 출시를 기반으로 내년 초 미국에도 건기식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라엘의 최종 목표는 세계적인 우먼 웰니스 케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단순히 생리대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여성의 삶과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백 대표는 “한국에서는 생리대로, 미국에서는 스킨케어로 유명하지만 처음부터 라엘을 설립한 목적은 여성의 건강을 위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이를 위해 생리대만 파는 회사에서 졸업하고, 기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라엘의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백양희 라엘 대표가 4일 서울 강남구 라엘코리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