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의 美의회…셧다운 리스크 커진다

■하원의장 사상 첫 해임
공화당 '강경파 8인' 반란에 가결
하원 기능마비…예산안 협상 진통
우크라 지원책 등 극단 대립 전망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3일(현지 시간) 해임결의안이 가결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난감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에 대한 해임 결의안이 3일(현지 시간) 하원에서 가결됐다. 하원의장이 임기 도중 해임된 것은 사상 처음으로 미 정가는 대혼돈에 빠졌다. 이번 사태로 의회 내부의 극심한 분열 양상이 노출된 가운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위기가 재차 고조되는 것은 물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매카시 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해임안을 채택했다. 매카시 의장의 해임을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 중에서 8명이 해임에 찬성했고 격론 끝에 당론으로 해임을 택한 민주당 전원이 가세했다.


이에 앞서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지난달 30일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과 손잡고 임시 예산안을 처리한 것에 반발해 전날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프리덤 코커스’로 불리는 공화당 강경파 20여 명은 하원의장 선출 때부터 매카시 의장의 발목을 잡았고 연방정부 지출 대폭 삭감 등 과격한 정책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매카시 의장은 “해볼 테면 해보라”고 자신만만하게 응수했으나 결국 최초로 불신임된 하원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물러나게 됐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매카시 의장을 구하기 위해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공화당이 마가(MAGA) 극단주의자들과 결별할 의지가 없다”면서 당론으로 해임을 택했다. 미 의회 절차에 따르면 하원의장이 공석이 될 경우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하원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다. 이날 의장 대행으로 하원 금융위원장인 패트릭 맥헨리 의원이 임명됐지만 그의 역할은 차기 하원의장을 선출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도부가 공석이 된 미 하원에 연내 처리해야 할 중요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당장 11월 17일까지지 ‘땜질’로 봉합돼 있는 내년 예산안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고 미국의 국방 정책·예산을 총괄하는 국방수권법(NDAA)도 처리해야 한다.


현 상태에서는 협의 주체가 사라져 셧다운 위기 재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NYT는 “정부 셧다운까지 4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혼란스러운 하원의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하원 내에서 공화당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주당과 타협할 여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국경 정책, 재정지출 등을 둘러싼 공화당의 공격도 거세질 것을 예상된다. 새 하원의장이 공화당 내에서 선출된다고 해도 해임결의안을 쥐고 흔드는 강경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는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톰 에머 원내총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짐 조던 법사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의장 대행을 맡고 있는 맥헨리 금융위원장 역시 후보군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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