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채권금리뿐 아니라 달러화 가치마저 끌어올리면서 국제 금융·외환시장에 돌풍이 불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약 1년 만에 1360원을 돌파한 데 이어 1400원까지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당분간 긴장 상태가 예상된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2원 오른 1363.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7원 오른 1360.0원으로 출발한 후 1360원 선에서 횡보하다가 마감 직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0일(1377.5원)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달 26일 심리적 저항선인 1340원이 크게 뚫린 이후 맥없이 휘둘리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된 만큼 연준의 입장이 바뀌기 전까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환율이 1400원을 넘는 수준까지 추가 급등할 수 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차 상단을 1400원, 2차 상단을 14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위안화·싱가포르달러화 등 다른 아시아 통화 대비 유독 원화 약세 폭이 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국 역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은은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추석 연휴 기간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한은도 최근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유 부총재는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국내 가격 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 입장에서는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화하는 점도 골치다. 미국 금리 정책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지만 우리는 미국과 달리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는 가운데 환율마저 급등하면서 물가 불안이 재확산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안경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기초 체력이 동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고금리와 자국 통화 약세를 견딜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