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 속 서민들의 급전 수요도 꾸준히 늘면서 특히 50대 이상이 카드대출을 낸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가계 연체율 관리에 나서고 시중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2금융권에서도 대출 문턱을 높이자 고금리 부담에도 카드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정소득이 줄어드는 50대 이상에서 카드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부실 위험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자산 규모 상위 5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의 올해 2분기 기준 카드대출 잔액은 34조 1260억 원으로 집계됐다. 5개사의 카드대출 잔액은 금리 인상기였던 지난해 3분기 34조 6850억 원에서 4분기 33조 7770억 원으로 줄었고 이후에도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며 이자 부담에 올해 1분기 33조 348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등에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자 올해 2분기에는 카드사로 급전 수요가 몰리면서 직전 분기 대비 7780억 원(약 2.3%)가량 증가한 34조 1260억 원을 기록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장기 대출인 카드론이 올해 1분기 28조 2270억 원에서 2분기 28조 9220억 원으로 7000억 원 가까이 증가했고 단기 대출인 현금서비스(대출성 리볼빙 포함)가 같은 기간 5조 1200억 원에서 5조 2030억 원으로 830억 원가량 늘었다. 윤 의원은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급전 수요가 단기 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사 상품으로 모여드는 추세”라고 지적하며 “서민들의 자금 수요를 중금리 상품이 흡수할 수 있도록 금융위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생계형 대출 수요가 높은 50대와 60대 이상의 비중이 지난해와 비교해 커졌다는 점이다. 50대 이상의 올해 2분기 카드대출 잔액은 17조 9930억 원으로 전 분기 17조 4140억 원 대비 5790억 원 증가했다. 전체 증가분의 약 70%가 50대 이상에서 발생한 것이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에서의 증가분은 290억 원, 30대는 660억 원, 40대는 1050억 원 수준이었다. 50대 이상이 전체 카드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분기 50.7%에서 4분기 51.2%, 올해 1분기 52.2%, 2분기 52.7%로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의 경우 다른 연령대의 잔액 규모가 올해 1분기까지 감소세였던 것과 비교해 보다 빨리 증가세로 전환했다. 60대 이상의 카드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6조 5230억 원에서 6조 5030억 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1분기 6조 6460억 원, 2분기 6조 8970억 원으로 증가했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50대 이상은 자산이 있기는 하지만 은퇴 등으로 소득이 줄고 자녀의 교육비나 학자금·결혼 등으로 지출은 늘어나는 연령대”라며 “시중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에서 대출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카드 업계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대출 규모만큼 부실 위험도 커졌다. 50대와 60대 이상의 카드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 1.5~1.9%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2~2.2%로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지난해 3분기 2680억 원에서 4분기 2910억 원, 올해 1분기 3480억 원, 2분기 3610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카드대출 금리가 일반대출 금리에 비해 높은 탓에 젊은 층의 상황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20대 이하와 30대의 올해 2분기 기준 카드대출 잔액은 각각 1조 2060억 원, 4조 2480억 원으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적다. 하지만 연체율은 각각 3.2%, 3.0%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최대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들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각각 3.1%, 3.6%로, 다른 연령대가 2%대인 것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카드대출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미세 조정에 나섰지만 현금서비스 등은 DSR 예외 대상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금서비스가 단기 대출이기는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다중채무자들은 계속해서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별로는 롯데카드가 올해 2분기 기준 가장 높은 카드대출 잔액 증가세를 보였다. 롯데카드의 올해 2분기 카드대출 잔액 규모는 5조 640억 원으로 직전 분기 4조 7660억 원 대비 2980억 원 늘었다. 반면 삼성카드는 1분기 6조 8130억 원에서 2분기 6조 7320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잔액에서는 신한카드가 2분기 9조 6390억 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고 KB국민카드 7조 7790억 원, 삼성카드 6조 7320억 원, 롯데카드 5조 640억 원, 현대카드 4조 9120억 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