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뚜껑 여는 데만 4000만원…돈 먹는 ‘괴산 가마솥’ 어쩌죠?

사진 제공 = 괴산 군청

무게 43.5t, 높이 2.2m, 둘레 17.8m의 ‘괴산 군민가마솥’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거미줄이 걸려 있는 괴산 군민가마솥의 활용 방안을 놓고 충북도와 괴산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지자체에서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전국 공모를 진행했지만 마땅한 대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4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11~23일 ‘괴산 가마솥 관광 자원화 활용 방안 찾기 전국 공모’를 진행한 결과 400여 개 의견이 접수돼 이 중 우수상 2건과 장려상 7건만 선정했다.


당초 심사에 오른 18건을 추려 최우수상과 우수상, 장려상 등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최우수상의 경우 점수 미달로 뽑지 않은 것이다.


우수상은 ‘괴산 김치 축제와 연계한 가마솥 축제 개최’ 아이디어와 ‘가마솥 등에 경관조명을 달아 관광 자원화’하자는 제안이 선정됐다. 장려상에는 ‘실패박물관 건립’ ‘타임캡슐로 활용’ ‘포차 거리 조성’ 등 의견이 뽑혔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괴산군이 초대형 가마솥 조성을 추진한 것은 2003년부터다. 당시 기네스북 등재를 목표로 5억원을 들여 2년에 걸쳐 2005년 완성했다.


괴산군은 가마솥에 12개 읍·면을 나타내는 거북이 12마리, 무궁화꽃 12송이를 새겼다. 그러나 정작 기네스북 등재에는 실패했다. 호주에 있는 질그릇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괴산군은 2007년 이후 가마솥에 녹이 스는 것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름칠하는 등 1000여만 원 예산을 투입해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 그마저도 제대로 관리가 안 돼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도 쳐져 있다. 솥뚜껑을 여는 전용 크레인이 있었는데 노후화로 현재는 철거된 상태이다. 솥뚜껑을 다시 열려면 크레인 설치 비용 등으로 4000만 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2011년과 2017년 가마솥 활용 방안과 관련해 주민들은 지역 관광명소인 산막이옛길로 옮기자고 제안했지만 이동에만 2억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해 실행하지 못했다.


엄태석 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선 지방의회가 예산을 제대로 심의하고 시민단체 등이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괴산 군민가마솥에 대해선 “관리하지 말고 그대로 녹슬게 둬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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