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의 재원 고갈을 부추기는 의료 과소비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매일 병원을 찾아 외래 진료를 받은 사람이 2500명에 육박했다. 특히 그중에는 1년간 혼자서 무려 3000회가 넘는 병원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도 있었다. 이들이 축낸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은 1년간 268억 원이 넘었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막장 의료 과소비 행태가 드러났다. 이 중 2022년 최다 외래 진료 이용자는 3009회의 진찰을 받은 50대 남성으로 나타났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 남성은 총 50개 의료기관을 번갈아 이용했으며, 특히 정형외과 진찰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지난해 환자 홀로 쓴 건강보험 급여비만 3306만 원에 이르렀다. 이는 국민 평균 급여비(69만 9000원)의 47.3배 수준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외래 진료를 받아 불필요한 건보 재정 지출 논란을 사고 있는 사례도 지난해 2000건을 훌쩍 넘었다. 2022년에 365회를 초과해 외래 진료를 받은 의료 이용자 수가 총 2467명으로 집계된 것이다. 이들에게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268억 2000만 원이었다.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건보료를 냈는데 이들이 1인당 평균 1087만 원씩을 축낸 것이다.
의료 과소비 행태가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는 추세인 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난해 총진료비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수입 증가 속도를 앞지르면서 2030년에 건강보험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행 건강보험 체계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올 2월 정부는 ‘외래 의료량 기반 본인 부담률 차등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예고했지만 정책은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진료 횟수에 기반해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