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소득이나 자산 등 물질적 수준에 비해 주관적 행복도가 낮은 편입니다. 사람들 간의 행복 편차도 아주 큰 편이죠. 물질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는데도 여전히 행복을 잘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이제는 우리도 행복이라는 주제를 직접 탐구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10여 년간 교육·노동·복지·재정 등 다양한 경제 이슈를 연구하다 지금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김희삼(사진) 교수는 스스로를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경제학자”라고 소개했다. 사람의 행복을 주제로 연구하고 행복에 관한 수업을 하다 마침내 ‘행복 공부’라는 책까지 펴낸 계기 역시 사람에 관한 관심에서 비롯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나 일·가족·노후 등을 오랜 기간 연구해왔는데 이런 주제들이 결국은 사람의 일생과 관련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보게 되고요. 누구나 그렇듯 이왕 태어났으니 행복해지고 싶을 텐데, 대체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경제학자가 행복을 연구한다니, 낯선 조합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김 교수는 오히려 “경제학의 궁극적 목적을 고민해보면 결국 행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이라면 ‘효용 극대화’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데, 효용이란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 최대 만족을 얻을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라며 “효용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건 결국 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유럽 주류 경제학에서 ‘행복(happiness)’은 이미 핵심 키워드가 된 지 오래”라고도 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행복’을 경제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학자가 드물다. 김 교수가 선구자 격인 셈이다.
그렇게 행복을 연구해온 김 교수는 “행복해지려면 행복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복은 정확한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측정이 가능하고 생각보다 훨씬 구체성을 띠고 있다”며 “행복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실험과 실증 연구들이 이뤄졌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지혜를 축적한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행복에 더 가까운 방향으로 정확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일례로 돈을 쓸 때도 좀 더 행복해질 방법이 있다. 김 교수는 “물질보다는 경험에, 특히 훗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경험에 소비하는 것은 큰 행복을 준다”며 “또 아끼는 가운데 간혹 소비의 기쁨을 누리는 식으로 절제하는 행동과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소비하는 일도 행복감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행복을 공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한 목적도 크다. 김 교수는 유명한 희곡 ‘파랑새’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파랑새’는 아이들이 파랑새를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실패한 후 집에 돌아왔더니 사실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는 결말로 끝납니다. 아이들이 파랑새를 곁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 건 파랑새가 뭔지 몰랐기 때문이었겠죠.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행복해지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물론 한국 사회의 지나친 경쟁 문화나 그로 인한 삶의 불균형, 부족한 사회 안전망과 점차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행복감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행복해지기 위한 개인의 노력을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김 교수는 “지속적인 행복에는 유전자가 50%, 환경 10%, 자발적 행동이 40%의 영향을 미친다”며 “공부를 통해 알게 된 행복해지는 행동들을 하나씩 실천한다면 분명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당장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복 실천법 중 하나로 가족·친구들과 함께 행복에 관해 이야기해보기를 권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도 행복이나 기쁨 같은 추상적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일은 많지 않을 겁니다. 행복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내가 언제 행복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으면 해요. 행복에 관한 대화로 관계를 다지는 것은 물론 행복한 일들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