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보 재정 위협하는 과잉 의료, 제도 수술 서둘러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환자들이 지난해 병원과 약국 등에 지급한 진료비가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섰다. 건보공단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및 본인 부담금을 합한 전체 진료비는 2021년보다 9.5% 증가한 102조 4277억 원을 기록했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사용한 진료비도 전년보다 8.6% 늘어난 44조 1187억 원으로 집계됐다. 건보 대상자의 17%(875만 명)를 차지하는 노인층이 전체 진료비의 43.1%를 지출한 셈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건보 지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인 ‘건보 먹튀’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외국인 건보 재정 수지는 흑자(5560억 원)를 기록했지만 중국인만 놓고 보면 여전히 적자(-229억 원)다. 중국에 거주 중인 가족이 일시적으로 입국한 뒤 진료를 받고 다시 출국하는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더 큰 문제는 과잉 의료 쇼핑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65회를 초과해 진료를 받은 이용자만도 2467명에 달하고 이들에게 투입된 건보 재정은 268억 원을 넘었다. 이들의 1인당 급여비는 1000만 원으로 국민 평균(70만 원)의 15배에 육박했다. 건보 적용 대상을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진료 등으로 확대한 문재인 케어도 건보 재정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흑자를 보인 건보 재정이 2024년에 다시 적자(-4조 8000억 원)로 전환한 후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보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해법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과잉 의료 쇼핑 방지를 위한 제도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 과다 의료 이용자에 대한 본인 부담률을 대폭 인상해 건보 재정의 위협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또 최근 7년 만에 동결한 건강보험료율(7.09%)을 단계적으로 올려 방파제를 쌓아야 할 것이다. 여야도 2년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피부양자 요건 강화 법안의 처리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과잉 의료 쇼핑 등의 문제점을 조속히 수술하지 못하면 건보 재정 악화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더욱 키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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