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4일(현지 시간) 멕시코를 비롯해 에콰도르·콜롬비아 등을 방문하는 중남미 출장길에 나섰다. 애덤스 시장이 이들 국가를 찾는 것은 ‘제발 이민을 오지 말아 달라’는 간청을 하기 위해서다. 미국 남부 국경을 통과한 중남미 이민자들이 대도시로 이동하며 뉴욕시의 수용 능력은 한계에 다다랐고 주민들의 불만은 폭증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며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빗발친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민자 문제가 내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좌우할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 신속 추방 정책인 ‘타이틀42’가 5월 종료된 후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불법 이민자 적발 건수는 최근 수개월간 다시 증가세를 타고 있다. 7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는 13만 명으로 6월에 비해 30% 이상 급증했다.
이민자 문제는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휘발성이 큰 이슈다. 바이든 대통령의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미국 남부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지난해부터 국경을 넘은 이민자들을 버스와 비행기에 태워 뉴욕·워싱턴DC·시카고 등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로 보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 때문에 빚어진 일이니 민주당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의 영향으로 현재 뉴욕시 보호시설에 입소한 이민자와 노숙자 등은 11만 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1월(4만 5000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민주당 소속인 애덤스 시장은 이 문제를 두고 “뉴욕을 파괴할 것”이라고 절규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국경 개입과 연방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미 의회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보다 미국 국경을 먼저 해결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앞서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임시 예산안에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액 240억 달러가 통째로 빠진 것도 이의 영향이다. 이날 차기 하원의장 도전을 공식화한 공화당의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지금 미국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국경 상황과 길거리 범죄”라고 밝혔다.
내년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무능을 강조하며 이민 문제를 대선 쟁점화하고 있다. 그는 최근 유세 연설마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를 퍼스트(first)에, 미국은 라스트(last)에 놓는다”며 비난하고 있다. 최근 WP와 ABC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이민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23%에 불과할 정도로 여론도 싸늘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바이든 행정부는 결국 국경 강화 방침으로 돌아서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국경 장벽이 건설될 수 있도록 남부 텍사스에서 26개 연방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국경 장벽을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이 용인한 것으로 정치적인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