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기소” vs “항명 혐의”…해병대 全수사단장 법정구속 되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국방장관, 경찰 이첩하지 말라고 번복
세 차례 걸쳐 군검찰로부터 소환조사
“이첩 보류·중단 지시를 받지 않았다”
“특정인 은폐·왜곡 지시없는 것 확인”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복성 무리한 기소인가? 이첩 보류 명령 어긴 항명인가?


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총괄한 박정훈 전(前)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결국 재판에 넘겨 졌다. 항명과 상관 명의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군사법원이 지난 8월 30일 박 대령에 대해 영장을 기각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지난 7월 30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민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장관에게 보고한 지는 두 달여 만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6일 박 전 단장을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순직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상관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검찰단의 판단이다.


박 전 단장은 지난 7월 19일 채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이후 관련 사건을 조사했고 같은 달 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장관은 당시 수사 결과 보고서에 서명했지만 다음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번복했다.



‘항명·상관 명예훼손’ 혐의 불구속 기소


국방부에 따르면 박 전 단장은 7월 31일부터 여러 차례 김 사령관으로부터 해외 출장 중인 이 장관이 귀국할 때까지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김 사령관은 8월 2일에도 조사기록이 이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장 인계를 멈추라”고 지시했지만, “이미 인계중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을 남긴 채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 자료를 회수하는 한편 박 전 단장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그의 혐의는 '항명'과 이 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으로 변경됐다.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이 8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언론과 인터뷰하며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혐의자 중 ‘사단장을 빼라’는 등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단장은 8월 28일과 지난달 5일, 2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군검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았다.




박 전 단장과 국방부 검찰단 간 주장은 엇갈린다.


이날 국방부 검찰단의 기소와 관련해, 박 전 수사단장 측은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기소 때문에 감추고 싶었던 많은 팩트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진실이 국민에게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단장은 “이첩을 보류·중단하라는 명확한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김 변호사는 “국방부가 지금까지 본인들이 주장했던 사실들조차 부정하고 있다”며 “공소제기에 대응은 물론, 공문서인 보도자료를 허위로 냈으니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고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범죄 혐의가 명확하지 않다면 혐의사실과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조사기록을 그대로 송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하지만, 김 변호사는 “혐의사실과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것은 가능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인을) 빼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반론을 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은 받고 따르려고 했다”며 “(이첩 보류를 위해) 현장팀에 전화했는데당시 안 받았다. 항명은 아니고 충분히 조치하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명확한 지시 없어 vs 정당한 명령 받아


그러나 검찰단 입장은 분명했다. 회의 등에 동석한 참고인 등 다수의 관련자 및 관련 자료에 대한 수사, 법리 검토를 통해 피고인이 상관인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기록 이첩 보류 및 이첩 중단에 대한 정당한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검찰단은 반박했다.


또 순직사건 조사 관련 외압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단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대해 “피고인이 주장하는 순직사건 조사와 관련된 외압은 확인되지 않았고, 특정인에 대한 사건 은폐?왜곡 지시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피고인(박 전 단) 또한 ‘국방부 장관이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고 지시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자료를 내어 “국방부검찰단은 수사 초기부터 금번 기소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관계자 및 관련 자료 조사, 압수수색,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전 수사단장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면밀한 수사를 실시했다”며 “전 수사단장의 항명과 상관명예훼손은 군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중대한 위법행위라 판단된다”고 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고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이 지난 9월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자수사처(공수처)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 단장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연합뉴스

박 전 수사단장과 국방부 검찰단의 행보와 상과 없이, 국회에서 별도 움직임은 또 다른 변수다. 이날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법(특검법)’이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건에 대한 무기명 수기 투표 결과 183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82명, 반대 1명으로 통과됐다. 이 안건은 재적 의원 5분의 3(179명) 이상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민주당은 초동 수사 및 경찰 이첩 과정에서 국방부·대통령실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그동안 특검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행포라며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검법안은 지난달 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됐다. 지난달 21일 민주당 송기헌, 정의당 이은주, 기본소득당 용혜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 등 181명이 서명한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21대 국회 임기만료 전 내년 5월 통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특검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80일 이내에 심사해야 한다. 특검법안이 법사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본회의에서는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법안 표결까지 최대 240일이 걸리는 셈이다. 240일 뒤인 내년 6월에는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될 수도 있다.


이에 민주당은 본회의 심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22대 총선 직후인 내년 5월에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가 법안 심사 기간을 단축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본회의에 법안을 언제 상정할지는 김진표 국회의장 뜻에 달렸다.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거쳐 본회의에 올라온 법안은 다른 법안들처럼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특검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다시 국회에서 표결해야 한다. 재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199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특별검사 지정되면 사실상 군사법원 재판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통상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재가한 특별검사가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9월 1일 오전 구인영장이 집행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구인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수사단장이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됐지만, 1심 판결에 따라 법정구속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 검찰단의 사전구속영장이 이례적으로 기각됐지만, 항명와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만큼 유죄가 판단되며 처벌 수위가 높은 죄라 법정구속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논란으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이 교체되는 내홍을 겪어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군사법원이 높은 형량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관측이 가능한 건 군법무병과 제도의 특성 때문이다.



“군법무관, 군지휘관 영향력 아래 있어”


군법무관들은 순환보직을 한다. 군 인사발령에 따라 군 검사가 군 판사가 될 수도 있고, 국선 변호인이 될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군검찰과 군판다나는 군지휘관(국방부 장관)의 영향력 하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 10년간 항명죄로 처벌받은 장병은 모두 30명으로, 처벌 유형별로는 실형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형량도 최대 징역 2년, 최소 4월이었다. 집행유예는 12건, 기소유예 3건, 선고유예 2건에 그쳤다.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시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사안은 다르지만, 대부분이 상관의 명령에 대한 거부 및 미이행이 사유다. 일각에서는 항명죄는 구성 요건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적용될 소지가 주장한다. 한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군판사는 독립된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국방부 소속으로, 군법무관은 순환보직인 군검사, 법무참모 등을 맡기 때문에 인사권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위치”라며 “신임 국방부장관이 이 사건에 간여하지 않고 군판사에게 얼마나 독립적 직무를 수행하게 보장하느냐가 1심에서 박 대령의 법정구속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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