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공 지시를 무시한 문화재 수리기술자의 자격을 정지한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문화재수리기술자 A씨가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낸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문화재수리기술자는 국가지정문화재 수리에 대한 기술적 업무를 수행하는 자격증을 발급받은 사람이다.
A씨는 2018년 문화재청이 발주한 한 성곽 복원공사의 현장대리인을 맡아 2021년까지 60m가량을 시공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A씨가 설계도서와 문화재수리 규정 등을 위반해 업무를 수행하고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 A씨의 자격을 1.5개월 정지 처분했다.
A씨는 가급적 원형을 유지한 기술적 보강을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강화했으며 일부 설계도서에 위반하는 시정명령은 정당한 이유를 들어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사에 풍부한 식견을 가진 기술지도 자문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A씨는 감리업자와 문화재청의 재시공 지시와 시정 요구를 따르지 않아 성곽복원에 구조적인 위험을 초래케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기술지도 자문위원들은 해당 현장은 원형을 유지한 축성 방법을 사용하면 붕괴할 우려가 있어 다른 시공 방법으로 보강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A씨는 "원형 돌은 손도 못 대게 하는 방침이 있다"며 고집을 부렸고 결국 성곽의 구조적 안정성을 취약하게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형과 다른 시공 방법으로 보강하거나 필요한 경우 원형 석재를 새로운 재료로 교체하는 방법 등으로 구조적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종국적으로 이 사건 성곽의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자신의 회사가 문화재청으로부터 7개월 입찰 참가 자격 제한처분을 받고 경기도지사로부터 3개월의 영업정지처분을 받아 이중 제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처분과 근거 규정·목적 등이 달라 중복 불이익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며 역시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