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글로벌] TSMC 유치로 제2 전성기 맞나… 60조원 경제효과 보는 이곳은

■日규슈, 기업유치 '모범답안'
정부 첨단산업 지원에 규제 완화
TSMC, 내년 9조원 투자 공장 가동
도쿄일렉트론·에바라 등 신공장 건설
80개 기업 거대 반도체 공급망 형성
땅값 32% 오르고 신규고용 활발


일본의 규슈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진출을 계기로 제2의 반도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앞다퉈 규슈에 신공장을 짓는 데 이어 해외 대형 플레이어들도 생산 거점화를 추진하고 있다. 규슈가 기업들의 잇단 투자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인적·물적 자본을 끌어들이며 관련 산업은 물론 금융·부동산 등 지역 경제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TSMC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1조 엔(약 9조 원) 규모의 구마모토현 공장 주변으로 최근 관련 업체들의 추가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반도체 기판 연마 장비 업체 에바라는 이달부터 내년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 신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제조 라인 증설을 통해 전체 생산량을 1.5배까지 끌어올린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도 2025년 여름께 준공을 목표로 430억 엔을 들여 개발동을 신설한다. 역시 규슈의 사업 규모를 현재의 2배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력반도체 생산에 힘을 쏟고 있는 롬·미쓰비시전기도 규슈에 둥지를 틀고 향후 2년 내 완공을 목표로 신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현지 생산능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TSMC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 80여 개 기업이 규슈로 몰려들며 지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아우르는 거대 집합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램리서치가 8월 구마모토에 기술 지원 거점을 이전 및 확대한 데 이어 세계 최대 노광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도 9월 기술 지원 거점을 확장했다. 이에 규슈 주변으로 입지를 물색하는 업체의 종류와 수가 늘어나고 있다. 소니는 신공장 건설을 목적으로 올해 구마모토 내 용지를 매입했다. 반도체 제조 장치용 수지가공품을 생산하는 구라보는 8월 구마모토 현지와 공장 입지 협정 협약을 맺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처리 시설을 만드는 칸켄테크노는 같은 달 15억 엔을 투자해 구마모토 내 부지를 매입했다.




신공장들이 대거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 내 고용 시장도 활기를 찾고 있다. 규슈 현지에서는 공장에 신규 채용될 예정인 1700여 명을 비롯해 업계에서 총 7500명에 달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한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을 담당하는 일본 자회사 JASM은 지난달 현지 대학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내년에 100여 명의 신입 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구라보 등 규슈 진출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위해 100명 단위의 신규 고용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규슈 내에 제조 기반을 두는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반도체 산업에 기반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경제효과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규슈파이낸셜그룹은 최근 TSMC 등의 진출로 2022~2031년 10년간 구마모토에 나타날 경제적 파급효과를 당초 4조 3000억 엔에서 6조 9000억 엔(약 62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상향 수정했다. 이어 TSMC 공장이 가동하는 2025년 이후에는 반도체 관련 생산(공장·주택 등 투자 포함)이 매년 4000억~8000억 엔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해 TSMC 공장 건설 발표 이후 지금까지 반도체 기업들이 규슈 내에 쏟은 설비투자액만 2조 엔을 넘어선다.


인적·물적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지역 내 금융·부동산·유통 등 비제조업 분야까지 활기가 퍼지고 있다. 일본정책투자은행(DBJ)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분야의 설비투자 계획은 지난해보다 110% 늘었다. 비제조업의 설비투자 계획 역시 같은 기간 30% 가까이 증가했는데 도소매(110%), 서비스(68%), 운수(57%) 등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은 입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마련에 나섰으며 특히 오랫동안 침체됐던 부동산 업계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올해 구마모토 기쿠치의 지가는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2% 급등하며 일본에서 상승률 1위(상업 용지 기준)를 기록했다. 일본 반도체 연합인 라피더스가 공장을 건설 중인 홋카이도의 땅값 역시 30% 상승했다. 이에 일본 부동산에 대한 해외투자 자금의 유입세도 활발해지고 있다.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부동산에 대한 해외투자액은 5130억 엔으로 지난해 총액의 6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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