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만나줘"…여자친구 10시간 감금한 20대 집행유예

재판부 "피해자 엄벌 탄원하지만 범행 반성 등 유리한 정상"

서울중앙지법. 연합뉴스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10시간가량 차에 감금하고 상해를 입힌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허경무 김정곤 김미경 부장판사)는 감금치상·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6)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1년간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A 씨는 2월 여자친구 B 씨를 밀쳐 폭행했다가 경찰에 신고됐다. 3일 뒤 그는 만남을 거절하는 B 씨의 집 근처로 차를 몰고 가 2시간쯤 기다리며 전화로 만나줄 것을 요구했다. A 씨는 결국 B 씨가 차에 타자 “폭행 사건이 경찰에 입건되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로 압박하며 내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과정에서 B 씨가 차 문을 열어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자 그의 머리를 잡고 좌석 밑으로 밀어 넣거나 목을 조르는 등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 오후 11시께 차에 탄 B 씨가 탈출한 시간은 다음날 오전 9시 25분이다.


A 씨는 "B 씨를 차에 태워 대화했을 뿐이고 실질적 감금은 폭력을 행사한 새벽 5시 이후에야 시작됐다"며 일부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집으로 찾아가 흉기로 찌르겠다고 말하는 등 지속해서 협박한 점에 비춰보면 B씨가 자유로운 의사로 함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재판부는 "B씨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A씨의 형사공탁금을 수령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이 사건으로 구속돼 3개월 이상 구금된 점, A씨 가족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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