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우리금융 맞손…역대 최대 2600억 해외VC 펀드 조성 [시그널]

4년만에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
국내외 벤처·스타트업 관심 고조
해외운용사 선정도 급물살 탈듯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손잡고 해외 벤처 펀드 출자를 겨냥한 역대 최대 규모의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를 조성했다.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는 해외 유망 벤처캐피털(VC)이 결성할 펀드에 출자하는 모(母)펀드로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벤처 업체의 해외 진출에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600억 원 규모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 5호 결성을 완료했다. 앞서 7월 산은이 5호 펀드의 위탁 운용사로 우리자산운용을 선정한 후 석 달 만이다. 신규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의 출범은 2019년 4호 펀드 결성 이후 4년 만이어서 국내 스타트업들은 물론 벤처 업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자산운용은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 출자금의 1배수 또는 자(子)펀드 약정액의 절반 이상을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해외 VC들을 선정할 방침이다. 우리자산운용은 펀드 최종 결성에 앞서 자펀드 운용사 선정을 위한 사전 미팅을 진행해온 만큼 해외 VC들 중 위탁 운용사 선정 작업도 조만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자산운용은 10여 개의 펀드에 출자해 총 1조 원 이상의 자펀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5호 펀드는 2014년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가 첫선을 보인 후 가장 크게 조성돼 여전히 돈 가뭄에 시달리는 벤처 업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산은이 마중물로 1000억 원을 출자하면서 2000억 원 수준의 모펀드 결성을 예상했는데 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의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 우리은행이 5호 펀드에 1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다른 금융지주사도 100억 원을 보탰다.


산은이 2014년 해외 VC들의 펀드에 출자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를 처음 조성한 후 이번 5호 펀드 결성을 통해 전체 운용 자산 규모가 72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하게 됐다. 글로벌 파트너십 1호 펀드(약정액 800억 원), 2호 펀드(1000억 원), 3호 펀드(1200억 원)는 멀티에셋자산운용(옛 산은자산운용)이, 4호 펀드(1600억 원)는 영국계 슈로더자산운용이 각각 투자 등 운용을 맡고 있다. 총 자펀드 수는 42개로 결성 규모는 2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이 5호 펀드에 주요 민간 출자자로 참여했다면 이전 펀드에는 미래에셋그룹과 대만의 유안타그룹 등이 참여했다.


글로벌 파트너십 5호 펀드의 출자 대상은 기본적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이 높으면서 해외에 기반을 둔 유망 VC다. 국내 VC들도 해외 VC와 공동으로 펀드를 결성할 경우 출자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옥타브캐피털(미국), 글로벌브레인(일본), 트랜스링크(미국), IDG캐피탈(중국) 등 해외 VC들이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의 자금을 받아 펀드를 만든 바 있다. 키움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019550)·SV인베스트먼트(289080) 등도 해외 VC와 손잡고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의 출자를 받기도 했다.


해외 대형 VC들 역시 무신사와 토스·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스타트업들에 투자했다 ‘대박’을 낸 사례들이 쌓이면서 글로벌 파트너십 5호 펀드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세부 투자 조건 등을 챙기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를 발판 삼아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면 국내 벤처 생태계의 질적 성장과 더불어 벤처 투자 시장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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