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로 세계 경제가 러시아 전쟁에 이어 또 다른 지정학적 위험에 직면했다. 고금리 부담 와중에 중동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시장은 개장과 함께 약 4.3% 상승한 배럴당 86달러대에 거래됐다. WTI는 지난주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8.81% 하락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 소식에 다시 올랐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4%가량 뛴 배럴당 88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 요인으로 작용해 각국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도 흔들렸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선물이 개장 직후 2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뉴욕 증시의 3대 지수 선물이 모두 떨어졌다. 이스라엘 증시의 벤치마크인 TA-35지수는 6.47% 급락했는데 이는 3년여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안전자산 수요는 커졌다. 이날 금 가격은 1%대 상승했으며 위험 피난처인 달러와 엔화는 동시에 강세를 나타냈다. 스파르탄캐피털시큐리티의 최고이코노미스트인 피터 카딜로는 “국제적 혼란이 커질 때마다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며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앞서 이달 2일 대규모 공격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미 국방부는 세계 최대의 핵추진항공모함인 제럴드R포드호를 포함해 유도미사일 순양함 1척, 유도미사일 구축함 4척을 이스라엘과 가까운 지중해 동부로 이동하도록 명령했다. 이스라엘 인근에 미 공군 전투기 편대도 증강했다.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에서 700명, 팔레스타인에서 400명 이상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