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지상 전면전 불가피”

이스라엘, 30만명 예비군 동원
팔레스타인 민간인 대규모 인명피해 우려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와 별도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진입과 지상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지 하루만인 지난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 지상 작전을 펼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과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기습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본격적으로 보복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weakness)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려 하거나 지상 작전에 나서지 말라고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1일 전쟁’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번 사태에 대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개적인 지원을 제공하면서 한편으론 이 지역 지도자들과 자주 그리고 조용하게 외교적 관여를 했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다.


하마스의 대대적인 기습 공격에 네타냐후 총리는 “길고 힘든 전쟁”을 선언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인 30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하면서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스라엘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부에 대한 암살 작전에 들어갈 것이라고 9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서방이 다에시(이슬람국가·IS)를 대할 때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방면에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반격에 나설 경우 팔레스타인에서 무고한 민간인의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수십년간 팔레스타인과 크고 작은 충돌을 이어오면서도 이스라엘이 그동안 전면 지상전을 벌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또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해 끌고 간 인질들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실제로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1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정부 공보실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는 인질은 약 150명에 이른다. 인질 중에는 외국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인질 문제를 제기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을 따라 ‘제2의 전선’이 형성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 국경의 전선이 우려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가자지구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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