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소재 국산화 봇물…삼성·SK도 줄선다

[中 방파제 쌓는 K중기]
◆ 반도체 소재업체 약진
솔브레인 HBM용 슬러리 단독공급
외산 장악 시장서 고급제품 선점
와이씨켐도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HBM 개요. 사진=AMD




차세대 D램으로 손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첨단 소재 국산화에 성공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HBM 생산 능력 확장과 함께 K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기술 고도화가 기대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재 회사 솔브레인(357780)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HBM 전용 화학적기계연마(CMP) 슬러리를 단독 공급하고 있다. 솔브레인의 HBM 특화 슬러리 공급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브레인 CMP 슬러리의 활용. 자료출처=리서치게이트

솔브레인은 HBM 공정 중 생기는 구리 층을 걷어내는 슬러리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한다. HBM은 D램 칩에 1000개 이상 구멍을 뚫은 뒤 구리를 채워 넣어 배선을 만드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필수적으로 거친다. 배선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리가 D램 표면으로 넘치는데 솔브레인의 슬러리는 기본 임무인 실리콘 연마는 물론 이 구리 층까지 깔끔하게 걷어내는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통상 D램 배선의 평탄화 작업에 쓰였던 실리카 계열 슬러리가 HBM용으로도 공급되는 것이다.


솔브레인의 HBM용 슬러리 공급은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외국 소재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었던 CMP 슬러리 시장에서 국내 소재 업체가 고급 제품을 독보적으로 선점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겼다. 솔브레인이 진입한 구리를 평탄화하는 슬러리는 미국 인테그리스 계열사 캐봇, 일본 히타치 등이 득세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한정된 공급사 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가격·공급량 협상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슬러리는 외국 회사가 먼저 큰 이윤을 취한 뒤 남은 것을 국내 업체가 갖는 구조였다”면서 “기존 공급망 체계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솔브레인 이외 다양한 국내 소재 업체들이 HBM 공정용 소재 개발·생산에 나서며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다. 덕산하이메탈(077360)은 HBM 사이에서 데이터 전송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범프 제조를 위한 솔더볼을 메모리 회사에 공급한다. 메모리 업체들은 솔더볼 세계 1위 센주메탈의 독주를 막기 위해 덕산하이메탈의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씨켐(112290)(옛 영창케미칼)도 외산 의존도가 높은 TSV용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해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HBM과 시스템반도체를 결합하는 고성능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생산하는 삼성전기(009150)·LG이노텍(011070)·대덕전자(353200) 등도 앞으로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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