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산하 병원과 손잡고 스마트워치의 정신 건강 관리(멘탈케어) 기능 도입을 추진한다. 스마트워치 기능의 고도화로 신체뿐 아니라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 관리가 가능해질 경우 웨어러블 기기 이용자들의 편익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출시한 신제품에 멘탈케어 관련 서비스를 탑재한 애플과 삼성전자 간 스마트워치 시장 주도권 싸움도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미국 뉴스룸을 통해 스마트워치 시리즈 ‘갤럭시워치’의 기능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하버드 의대 산하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과 정신건강 관련 연구협력을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측 전문가들은 갤럭시워치의 수면, 신체활동, 심박수 등 측정 데이터를 활용할 예정”이라며 “아직 갤럭시워치에 탑재되지 않은 멘탈케어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되는 ‘갤럭시워치7’에 신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멘탈케어 분야에서 다양한 대학·병원·연구기관과 연구협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한 협력기관만 따지면 MGH가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그룹 계열사이고 멘탈케어뿐 아니라 심장·수면 모니터링 등 포괄적인 협업을 진행하는 만큼 멘탈케어 연구에 특화한 외부 파트너로는 MGH가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MGH는 존스홉킨스·메이요클리닉과 함께 미국에서 주요 병원으로 손꼽히며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자국 내 병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23’에서 발표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과의 ‘사용자 수면 개선 연구’도 멘탈케어 서비스 개발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불면증 같은 이용자의 수면 습관은 멘탈케어의 핵심 지표로 꼽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갤럭시워치6를 공개하면서도 향상된 수면 관리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멘탈케어 기능 도입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갤럭시워치6는 수면 시간·주기 등 5가지 지표를 종합해 ‘수면 점수’를 제공하며 기존 스마트폰의 ‘수면 코칭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내년 초에는 ‘수면 무호흡 조기 발견 지원 기능’이 추가된다.
시장조사업체 퀀털라인리서치는 전 세계 디지털 정신건강 관리 시장 규모가 연 평균 28.6% 성장해 2027년에는 약 219억 달러(약 30조 원)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19년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꼴인 9억 7000만 명이 ‘정신장애(mental disorder)’를 앓고 있다고 보고할 만큼 디지털 멘탈케어는 성장 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은 지난달 ‘iOS(아이폰 운영체제) 17’과 ‘워치OS(애플워치 운영체제) 17’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가 직접 감정과 기분을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전신건강을 관리하는 기능을 추가하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아만다 베이커 MGH 불안및외상성스트레스장애센터장은 “스트레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문제”라며 “삼성과의 협력이 사람들의 ‘멘탈 웰빙’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헬스케어 기능이 갈수록 고도화할 경우 사용자의 건강 증진은 물론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체와 정신 건강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분류되는 만큼 당국의 규제는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애플워치의 경우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요구되는 허가 절차로 인해 일부 헬스케어 기능이 한국에서만 늦게 출시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안과 프라이버시(개인정보보호)는 삼성헬스의 핵심이며 모든 데이터는 완전히 암화화해 안전하게 저장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