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사정포’ 하마스식 무더기 로켓 공격하면…그 위력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軍 “하마스의 기습작전은 성공적” 평가
“많은 숫자의 값싼 무기, 방어역량 압도”
北개전 10분 대 최대 5200발 포탄 공격
소나기 로켓 공격엔 우리 군도 ‘속수무책’

북한 장거리 포병대 훈련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무더기 로켓 공격을 앞세운 기습 공격으로 철통 방어를 자랑하던 이스라엘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북한이 같은 방식의 기습 도발 시 우리의 방어 태세도 크게 허를 찔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벽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불과 폭 4km의 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인 남북한 상황이 매우 닮았다는 점과 함께 북한의 정사정포는 하마스 로켓보다 훨씬 강력하고 동시 공격능력도 앞선다는 평가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도 하마스식 무더기 장사정포 기습공격은 북한이 주장하듯 서울 등 수도권을 불바다로 만들 만큼 위협적이라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방어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 군 당국도 북한이 하마스식 소나기 로켓을 퍼붓는 전술을 활용할 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북한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같은 전술을 활용해 기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 크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북한, 하마스식 무더기 로켓 공격 가능성”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저녁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위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戰) 교훈 및 대응 방안’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강 본부장은 무더기 로켓포를 앞세워 혼란을 초래한 후 게릴라 부대, 트럭 및 오토바이 등을 동원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행태를 분석한 결과 “초기 평가로는 하마스의 기습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단시간 내 수천 발의 로켓포 공격에 이스라엘 ‘아이언 돔’(로켓 방어시스템)의 방어 효과는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강 본부장은 장사정포와 침투부대 등 북한이 보유한 기습공격 수단에 대한 대응 방안도 보고했다. 그는 “대화력전 수행으로 수도권을 위협하는 적의 장사정포를 조기에 제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요격 전력이 수도권 중요 시설과 주요 기지에 대한 방호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상·해상·공중으로 침투하는 부대 경우, 전방의 거점방어체계와 통합방위작전, 대(對)해상특수전부대 작전, 합동방공작전 등으로 격멸할 수 있다고 강 본부장은 덧붙였다.



지난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북한의 기습 공격이 더 위력적인 것은 로켓탄 수량에서 비롯한다. 하마스는 개전(開戰) 첫날 최대 5000발 이상의 로켓을 이스라엘에 퍼부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은 1000여 문의 각종 포에서 이보다 많은 1시간내 최대 1만6000발의 포탄 및 로켓탄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향해 쏠 수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장사정포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는 크게 두 종류다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다연장로켓)다. 북한은 1100문의 장사정포를 DMZ(비무장지대) 인근 최전방 지역에 배치해 놓았다. 이 가운데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는 것은 340문 정도로 240mm 방사포가 200문이, 170mm 자주포가 140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240mm 방사포는 240mm 로켓 발사관 12개 또는 22개를 한다발로 묶은 두가지 형태가 나뉜다. 최대 사거리는 65km 정도였지만 최근 개량형은 70km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70mm 자주포 경우는 최대 사거리는 54km다. 특히 북한은 수년전 로켓에 유도장치를 달아 미사일처럼 정확한 240mm 유도로켓까지 개발해 배치하고 있어, 하마스 로켓보다 위력이 크고 정확도도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北 정사정포, 하마스 로켓보다 위력·정확


군 당국에 따르면 수도권을 겨냥한 북 장사정포는 개전(開戰) 1시간 내에 최대 1만6000발의 포탄·로켓탄 뿐만 아니라, 개전 10분 내에 최대 5200발을 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는 최대치를 고려한 것으로 실제 북한이 쏠 수 있는 포탄·로켓탄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북한 장사정포 포탄은 패트리엇이나 사드의 요격 가능 고도를 밑도는 20km 이하로 비행한다는 점이 위협적이다.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요격 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에 우리 군은 20km 이하 낮은 고도에서도 요격 가능한 ‘한국형 아이언돔’ LAMD(Low Altitude Missile Defense)를 2026년까지 실전 배치한다는 목표로 개발 중이지만 아직은 요원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하마스의 공격 사례처럼 무더기로 날아오는 포탄을 모두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에 아이언돔이 일부 팔레스타인 로켓들을 요격하는 데 실패 요인으로 동시 요격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너무나 많은 로켓들이 한꺼번에 날아왔던 것을 꼽고 있다. 아이언돔 레이더는 로켓이나 포탄, 미사일 등 분당 최대 200개의 표적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한 연구원은 “낮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값싼 무기라도 많은 숫자는 방어역량을 압도하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했다.



240mm 등 북한군 방사포 사격훈련 모습. 북한은 240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 등 340여문의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기습 공격 초기 대통령실과 정부서울청사, 주요 금융기관, 통신기반시설을 비롯해 한미 연합사령부 전시 지휘통제소 ‘CP 탱고’ 등 군 주요 지휘통제 시설들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시간당 최대 1만5000발 이상 소나기 포격으로 수도권 주요 시설 기능을 순식간에 마비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에 군 당국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아이언 돔 도입을 여러 차례 검토했다. 하지만 북 장사정포 공격능력이 하마스 로켓을 훨씬 능가한다는 점에서 아이언 돔 도입 대신 독자 방어무기 개발을 결정했다.


일명 ‘한국형 아이언돔’이라는 불리는 LAMD(Low Altitude Missile Defense)로 북한의 장사정포 요격체계다. 군 당국은 2조89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 중으로 당초 2029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2026년으로 앞당겨 놓은 상태다.


군은 KTSSM(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과 K-9 자주포 등으로 북한 장사정포 갱도 진지를 무력화하는 계획도 수립해 놓고 있다. 여기에 300㎞ 이상 원거리에서 장사정포 진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KTSSM-Ⅱ를 2027년 11월까지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와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개량형(블록Ⅲ) 등을 개발해 촘촘한 복합다층방어 갖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도 서둘러 구축할 방침이다.



고비용 한국형 아이언돔 사업 재검토 필요


당장 지난해 2월 LAMD 사업의 일환으로 첫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해궁’ 국산 함정 탑재 요격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최대 20km 떨어진 미사일·로켓을 요격하는 것이 가능한 무기 체계다. 군 당국에 따르면 1개 포대는 32연장 발사대 6기, 총 192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된다. 레이더는 동시에 200개 이상의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130발 이상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량영 해궁 미사일이 1발당 10억원에 달하기 점은 상당한 부담이다. 다수의 미사일을 사용해야 하는 한국형 아이언돔 체계에 적용하기는 너무 비싸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요 유도장치 등을 간소화해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검토 중 이지만, 아이언돔의 타미르 미사일(1발당 5000만~6000만원 )보다 훨씬 비쌀 가능성이 높아 북한이 수백발 이상의 소나기 로켓 공격을 퍼부으면 전부 요격이 가능할 방어체계 구축을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추진 중인 한국형 아이언돔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모델로 한국형 아이언돔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북한이 시간당 1만발 이상의 장사정포를 퍼부으며 공격하면 현재 추진하는 한국형 아이언돔이 충분히 방어할 수는 있는지, 방어 비용 대비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가성비’를 따져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 드론이 활약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패러글라이더와 로켓 물량 공세로 스마트국경시스템과 아이언돔을 무력화하는 하마스 사례는 우수한 무기체계라도 상대방이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기습한다면 방어 체계는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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