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에 이어 KB·NH투자증권(005940) 등 대형사들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하한가 사태로 중단했던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4개월 만에 다시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약세장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레버리지(차입)·공매도 투자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CFD 시장에 재진입하는 증권사가 늘수록 거래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달 23일부터 국내·해외 주식에 대한 CFD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증권사 가운데에는 지난달 메리츠·교보·유진투자·유안타·하이투자증권, 이달 4일 KB증권에 이은 일곱 번째 서비스 재개 사례다.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KB증권) 중에서는 KB증권에 이은 두 번째 결정이다. 앞서 각 증권사들은 CFD가 올 4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6월부터 모든 신규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금융 당국이 관리 감독 체계와 개인투자자 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하자 지난달 1일부터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외에도 키움·한국투자·하나증권 등도 조만간 CFD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주가조작 악용 논란을 뒤로하고 차례로 CFD 서비스를 재개하는 배경으로 레버리지와 공매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의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증거금을 40%만 납부해도 2.5배의 레버리지 투자 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 신용 융자 거래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익을 얻으면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는 해외 주식 직접투자와 달리 세금 부담이 11%에 불과하다는 점도 CFD 거래의 강점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수료 수익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재개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들이 CFD 서비스를 꾸준히 요청해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형 증권사들까지 속속 CFD 시장에 뛰어들면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급감했던 거래 대금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비스 재개 첫날인 9월 1일 1조 2703억 원을 기록했던 CFD 잔액(증거금 포함)은 이달 6일 1조 2096억 원으로 4.77% 감소했다. 하한가 사태 직전 전인 3월 말 2조 7697억 원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재개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며 “키움증권(039490)이나 삼성증권(016360) 등 CFD 거래량이 많았던 증권사들이 서비스를 재개할 경우 거래 대금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