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아파트에 살면서 집에 들여놓는 가구의 유행도 바뀌었다. 아름다움과 실용성 중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요즘 한국인들은 ‘핀란드식 인테리어'처럼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의 스타일만을 세련된 것으로 여긴다. 우리의 전통 가구는 설 자리를 잃고, 아무리 아름다워도 쓰임이 사라지고 있다. 가구가 고미술 작품이 되어 전시회장에만 놓여 있다면 그것을 가구라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의 멋을 드러내는 가구는 더 이상 어디서도 쓰일 수 없는 것일까.
조각가, 소목장, 가구디자이너, 아트퍼니처 작가가 그 답을 찾는 전시를 열었다.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3’에서 6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리는 ‘신식가구전’은 4명의 작가가 가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전시는 자연스럽게 송기두→나점수→정명택→방석호의 순서로 흐른다. 가구 디자이너 송기두는 가구 전체에 감각이 흐르게 한다. 그는 “쓰임이 부족한 물건은 무용하다. 하지만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건 쓰임이 아니라 감각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제작한 가구는 실용적이다. 또한 그 가구를 사용하고 있는 이용자가 ‘이런 가구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그의 작품은 ‘요즘 스타일’이다. 등을 반쯤 눕혀 앉을 수 있는 파란색 목재 의자나 캣타워처럼 생긴 옷걸이는 충분히 ‘인스타그래머블(사진을 찍어 SNS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작품)’하다.
감각이 가득한 매끈한 목재 가구를 지나면 다소 거칠고 투박한 조각가 나점수의 식탁과 의자를 만난다. 그가 제작한 가구는 무겁다. 무겁고 표면이 거친 데다 속은 텅 비어 있다. 상판이 얇아 보여 시간이 지나면 뒤틀릴 수 있다. 이게 과연 사용하라고 만든 것인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가구는 사용할 수 없다면 아름다워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그가 제작한 넓은 의자에 잠시 앉으면 그런 의문은 사라진다. 인간이 자신의 몸을 온전히 맡기기에 충분할 만큼 안정적이고 안락하다.
한국적인 것이라 하면 대부분 목재 가구를 생각한다. 아트퍼니처 작가 정명택은 청동으로 돌덩이같은 의자를 만들어두고 ‘한국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작가다. 십 여 년 전 경주 구황동 황룡사 터의 초석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의자 ‘둠’은 오브제에 가깝다. 문득 정원이 있는 집에 두세 개의 둠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차가워 보이는 금속이지만 그 위에 올라앉은 가족의 모습은 따뜻하다. 아름답기만 한 가구를 사용하면 우리의 몸을 가구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어쩌면 편견 아닐까.
네 명의 작가 중 가장 ‘실용’에 가까운 가구를 내놓은 이는 방석호다. 그는 목수다. 그의 작품은 조선시대 가구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에 실용적이라고 말하면 의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 가구는 기물에 충실하다”라는 그의 말처럼 전시장의 다른 가구들보다 오히려 형태가 단순하고 장식은 구조와 기능에 충실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 가구의 구성 요소를 가지면서도 전통의 정체성을 나타내지 않는 가구 세 점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세 점의 작품은 모두 전통가구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전시된 어떤 작품보다 가구 뒤 콘크리트 벽과 잘 어울린다.
한국의 멋을 드러내기 위해 꼭 전통으로 향할 필요는 없다. 아트퍼니처 작가 정명택은 “사실 어떤 작품을 제작해도 한국에 터를 잡고 산 사람이 만든 조형물은 서구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적인 가구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국의 고유한 정체성이 무엇인지 아는 과정은 작가에게는 필수적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