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갈등이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광장과 거리를 뒤흔들고 있다.
중동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집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요르단의 수도 암만 중심가에서는 4000명 넘는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하마스 가자'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부터 레바논 베이루트, 시리아 다마스쿠스, 이집트 카이로까지 아랍권 곳곳에서 하마스의 '저항'에 연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고 AFP는 보도했다.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같은 날(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각각 '맞불' 집회를 열었다.
팔레스타인 지지자 수백 명은 뉴욕에 위치한 이스라엘 영사관 인근에서 '뉴욕은 가자지구와 함께합니다' 등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미국 정부에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레나 아부쿠와이크(45)는 온 식구가 가자에 있지만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면서 "폭격을 당했는지, 살아 있기는 한지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뉴욕 유엔본부 앞에는 친(親)이스라엘 시위대 수천 명이 모여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규탄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뉴욕은 이스라엘과 함께 서겠다"며 "반(反)유대주의가 고개 드는 모든 곳에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방 정부는 반유대주의 확산이나 테러 시도를 경계하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진압하는 분위기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은 "테러를 미화하려는 의도일 때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행동도 합법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경찰에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유대인을 골라내서 그 앞에서 친팔레스타인 구호를 공격적으로 외치거나 상징물을 흔드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영국 런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는 3명이 체포된 바 있다.
전날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자 200여 명이 경찰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 일부에게 금지령을 어긴 책임을 물어 벌금 135유로(19만2000원)를 매겼다.
호주 경찰은 이번 주말 시드니에서 계획된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승인되지 않았다며 시민들에게 참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전날 저녁에는 이스라엘 국기 색깔로 조명을 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일도 벌어졌다.
호주 경찰은 9일 집회에서 일부 군중이 "유대인에게 가스를 주입하라"고 외치는 영상과 관련해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한편 태스크포스를 꾸려 반유대주의 집회를 관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