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세 자녀 모두 SK 지분 없어…"경영타워 '수펙스'부터 업그레이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
"SK그룹 승계 계획 있지만 공개 일러"
배터리 가격 폭등은 '미중 갈등' 탓 지적
화웨이폰 SK 반도체 탑재엔 '미스터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9월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3 전국상의 회장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상의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1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권 승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방식에 대한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최 회장이 자녀들에게 지분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3세 경영에 나서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SK의 지주사인 SK㈜에 대한 최 회장의 지분율은 17.50%에 불과하다. 대기업 지배 지분에 대한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6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 자녀들이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주식을 물려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갑작스레 사망한 뒤 그 유족이 수조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넥슨그룹 지주사인 NXC 지분을 정부에 물납한 것도 이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최 회장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정립하고 자녀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2년 전인 2021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녀 승계 문제에 대해 “승계 기회는 전문경영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제 자녀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면서 “자녀의 경영 참여에 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올 7월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도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보다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주주로서 베니핏(이익)을 물려주는 게 더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승계 작업을 준비하면서 그 사이 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가 현재의 수펙스보다 더욱 진화한 지배구조 체제를 만들려고 한다”며 “승계 작업은 그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자녀들은 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며 물밑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326030) 전략투자팀장은 올해 3월부터 SK와 SK바이오팜이 꾸린 신약 개발 태스크포스팀(TF)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차녀인 민정 씨는 SK하이닉스(000660) 소속이지만 지난해 휴직계를 낸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트업 자문 및 창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생인 장남 최인근 SK E&S 매니저는 북미 법인인 패스키에서 글로벌 에너지솔루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만 63세(1960년생)로 총수 평균연령에 접어들었다. 1998년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타계로 39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이 됐다. 다만 세 자녀 모두 30대 초반으로 다른 기업 3세에 비해 젊은 데다 최 회장이 여전히 왕성하게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어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최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미중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정학과 공급망 때문에 일정이 변경됐다”며 “그것이 없었다면 실제로 배터리 쪽 비용을 훨씬 더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배터리 제조에 핵심 자원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중국에서 원자재를 조달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최 회장은 “최근 아프리카와 남미를 방문해 중국이 아닌 다른 옵션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반입 규제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소식에 기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재 반도체 시황과 관련해서는 “좋지 않다”며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부문에서 그렇다”고 진단했다. 중국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 대중 수출이 금지된 SK하이닉스 반도체가 탑재된 데 대해서는 ‘미스터리’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한 후 화웨이와 거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