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통제, 속속 점검하니 '엉망'…금감원 "강도 높게 감독"

8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내부통제 강화 등을 위한 은행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감독원

#. A은행은 명령휴가 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 대상자를 누락했다. 강제 명령휴가 대상이지만 대체수단 휴가로 잘못 등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 B은행은 직무분리 관리 시스템에 분리대상 세부 직무와 담당 직원을 등록해야 하지만 인력 변동현황을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경남은행 직원의 3000억 원 횡령 등 최악의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마련한 시스템 곳곳에는 허점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미흡한 사항을 개선토록 하고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때까지 강도 높은 감독을 지속하기로 했다.


12일 금감원은 은행권 내부통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은행장 간담회에서 국내 은행들에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 상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관리 관련 사고 징후 여부, 내부통제 적정성 등 사고 예방 대책 및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자체 점검을 지시한 바 있다.


은행들이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 경남은행 PF대출 횡령 사고와 유사한 사고 발생 가능성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한 은행에서는 장기근무 승인 체계를 마련하고도 전산시스템을 늦게 구축해 승인 절차 시행이 지연됐다. 또 다른 은행은 내부고발 유형별 보상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아 내부고발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금감원은 “각 은행별로 미흡한 부분은 개별 은행과의 면담을 실시해 신속히 보완토록 지도했다”며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은행권에 조기에 안착돼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일부 과제 이행 시기를 앞당기고 순환근무 예외 직원에 대한 별도의 사고 예방 통제장치를 마련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은 2025년 말까지였던 ‘장기근무직원 관리 비율 5% 이내로 축소’ 계획을 내년 말까지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준법감시부서 인력도 원래는 2027년 말까지 0.8% 이상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번에 2025년 말까지로 과제 달성 기한을 조정했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 임직원의 횡령 사고가 지속되는 건 일부 임직원의 준법의식 취약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못한 데서 주로 기인한다”며 “매 분기마다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세부 이행현황을 점검해 미흡한 사항을 신속히 보완토록 조치하는 한편, 경영실태평가 제도 등 감독제도 개편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8억 원 수준이던 은행권 임직원 횡령 사고액은 2021년 73억, 2022년 740억 원, 올해 8월 말 기준 613억 원 등으로 최근 급증했다. 횡령 건수는 2020년 19건, 2021년 14건, 지난해와 올해 8월 말 기준 각각 20건, 14건 등 4년간 총 67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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