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준비하면서 내년부터 부채의 역습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과거와 같은 저금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에도 가계·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은 여전히 가파르게 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수록 부채 리스크도 커지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80조 원으로 전월보다 4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이 1조 3000억 원 줄었으나 주택담보대출이 6조 1000억 원 늘면서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특히 주담대 증가 폭은 9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추석 연휴 등 일시적 요인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추석 연휴 등 일시적 요인으로 증가 폭이 축소된 만큼 10월에는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을 이사철에 아파트 매매량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대출도 11조 3000억 원 늘어나면서 역대 9월 중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과 같은 긴축 국면에서 큰 빚을 내면서까지 집을 사는 것은 앞으로 금리가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의 견조한 경기 흐름,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매우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이어져온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 시대로 바뀌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한국 역시 고금리 장기화 행렬에서 먼저 이탈하기는 부담스럽다.
이미 전 세계 정책 결정권자들은 고금리가 길어지는 상황을 전제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의 주요 주제 중 하나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금융 리스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마라케시 회의에서 중립금리를 포함해 높은 수준의 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새로운 체제(regime)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