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제조 업체 웨스턴디지털(WD)이 스마트폰 수요 부진 등으로 악화하는 반도체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사업을 분리해 일본의 기옥시아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와 합병하는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13일 일본 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기옥시아와 WD는 협상을 진행하고 합병하는 방향으로 최종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WD는 대출 조건 등을 결정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즈호은행·미쓰이은행 등 일본의 세 메가은행과 정책투자은행 등이 최대 1조 9000억 엔가량의 대출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세계 3위의 기옥시아와 4위 WD 간 합병이 성사될 경우 회사 규모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선두 주자인 한국의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사는 합병으로 규모를 키워 투자 경쟁에 대비하고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닛케이는 합병 구조에 대해 지주회사 아래에 WD의 메모리 사업과 기옥시아가 함께 들어가는 형태라고 전했다. 기업가치 기반의 합병 비율은 기옥시아 측이 63%, WD 측이 37%다. 닛케이는 양 사가 미국 나스닥과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합병은 기옥시아의 간접 주주인 SK하이닉스의 뜻에 달려 있다. SK하이닉스는 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합병이 깨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닛케이는 또 이번 합병을 중국이 동의할지가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미중 간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의 경영 통합 안건에 대해 독점금지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