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오염수 특별법' 필요없다는 정부…왜?

日 오염수 2차 방류…자국 수산업에 1007억엔 투입
특별법은 '어민 피해 지원' 골자…정부는 반대 입장
韓 수산물 신뢰 타격 우려…인과관계 입증도 관건


최근 국회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특별법이 잇따라 발의됐습니다.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어민 피해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자국 수산업계 지원을 위해 1007억 엔(약 9100억 원)을 쓰기로 한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윤심 차관'으로 불리는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이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는 특별법에 대해 고민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을 정도입니다.


박 차관은 '오염수 특별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차관은 “특별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있고 그렇지 않은 이슈가 있다”며 “내년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예산으로 수산업 종사자를 위한 정책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국회 심의를 앞두긴 했지만 해수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예산은 올해 5240억 원에서 내년 7319억 원으로 약 40% 증액됐습니다.


정부가 실제 고민하는 대목은 국내 수산물에 대한 '신뢰'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민 피해 지원을 골자로 한 특별법이 제정되면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내 해역과 수산물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어민 피해'를 전제한 특별법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내 수산물 안전과 무관하다는 정부 입장과 사실상 배치되는 셈입니다.


특별법 제정으로 자칫 국내 수산물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도 있습니다. 박 차관이 "특별법이 제정된다는 것은 국내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우려를 드러낸 이유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저장 시설 전경. 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와 어민 피해 간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도 관건입니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내 수산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최근 발생한 수산업 피해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박 차관도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아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어민 피해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이런 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수산물 소비 통계 덕분입니다. 박 차관은 “매주 수산물 소비 동향 데이터를 분석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대형마트 3사의 수산물 매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수산 외식업은 일부 타격을 입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원인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박 차관은 “수산 외식업 소비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약 8.7% 감소했다”며 “다만 계절적 요인, 가계 소비 동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인을 일률적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수산물) 소비 위축 신호는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일본 후쿠시마 등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도 중국처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일본 전역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수입 전면 금지는 과도하다"고 말했습니다. 조 장관은 "한국은 대일 수산물 수출 흑자국"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올 8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자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일본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러시아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확대하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