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에서 중저가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제조부터 유통까지 직접 도맡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SPA(Specialty stores of Private-label Apparel) 패션 브랜드 매출이 상반기 일제히 올랐다. 최근에는 대형마트도 ‘반값 청바지’를 내놓으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직매입 상품인 ‘스판 청바지’를 전국 40개점에서 1만 5000장 한정 수량 판매중이다. 가격은 시중 SPA 브랜드 대비 50%가량 저렴한 개당 1만9800원으로 책정했다. 파트너사와 사전 계약을 통해 청바지 원단을 시세의 절반 가격에 공급받아 판매가를 낮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잘 늘어나는 본딩 소재를 활용한 스트레이트 핏의 제품을 선정했다.
롯데마트 패션팀은 제조 업체와 협의를 거쳐 물량·가격 등을 공동 기획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6개월 간 20차례의 현장 미팅도 거쳤다. 품질 관리를 위해 지난 7월 베트남 현지의 제조 공장에 방문해 생산 시설과 청바지 원단을 점검하기도 했다.
의류 기업 동광인터내셔날은 롯데마트에만 이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패션팀에서 최초로 기획해 판매하는 단독 상품”이라며 “생산과 제조를 제외하고 디자인부터 기획, 원단 선정, 공장 방문 등 나머지 전 과정에 파트너사와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로 신선식품이 주를 이뤘던 대형마트 반값 행사는 의류 상품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올 들어 외식 물가 뿐 아니라 의류 가격도 크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청바지와 티셔츠 물가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8%, 14.3% 뛰었다.
롯데마트도 ‘가성비’ 의류 구색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월부터 △탑텐 △유니클로 △ABC마트 등 20개의 SPA 브랜드를 신규 입점시켰다. 올 들어 SPA 브랜드 의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상승하는 성과를 냈다. 직매입 상품과 SPA 브랜드로 나눠진 전체 의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신장했다.
중저가 의류 열풍을 타고 SPA 브랜드도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다. 패션 대기업이 주춤한 가운데 SPA 브랜드는 오히려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대표적 SPA 브랜드인 신성통상 '탑텐'은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6%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에잇세컨즈'는 20%, 이랜드 '스파오'는 30%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