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이스라엘에서 90% 이상 수입을 의존하는 품목이 8개에 달해 분쟁 확대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브롬,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 등 일부 품목은 대(對)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올해 1~8월 기준 90%를 넘었다. 난연제, 석유·가스 시추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브롬은 이 기간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99.6%에 달했다. 드론용 레이더, 위성항법장치(GPS) 등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의 의존도는 94.8%다. 무역협회는 브롬은 미국·요르단·중국·일본 등 다른 생산국으로 전환하면 대처할 수 있지만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는 분쟁 장기화 시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염료·왁스 제조 등에 활용되는 에틸렌다이브로마이드 등 5개 품목은 올해 수입 의존도가 100%에 달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면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국내 무역수지 악화 및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분쟁 장기화 시 여타 중동 산유국의 전쟁 개입, 원유 생산 시설 및 수송로 침해 등으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 내 첨단 분야 기업의 운영 중단에 따른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인텔의 이스라엘 키르야트가트 공장은 인텔 전체 반도체 생산의 11.3%를 차지하고 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중앙처리장치(CPU) 수요와 맞물린 국내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둔화할 우려가 있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에는 자율주행(모빌아이·옵시스), 무인기(IAI·엘빗시스템즈) 등 첨단산업의 선두 기업이 다수 위치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