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도수 치료 목적으로 발생한 실손보험금 청구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병원에서 필라테스 등 운동 시설을 운영하거나 운동 시설과 제휴를 맺고 도수 치료가 결합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성장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도수 치료를 받으면 키가 커진다는 식의 과잉 의료 광고도 성행하고 있다.
16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도수 치료 목적의 실손보험금 과잉 청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 씨는 서울 강남구 모 병원의 ‘공짜 성형수술’ 광고를 보고 내원했다가 도수 치료를 받으면서 눈코 리프팅 등 성형 시술을 함께 시행할 경우 도수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을 받아 시술 비용 일부를 보전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도수 치료와 시술을 함께 받은 A 씨는 총 500만 원을 병원에 지급했고 병원으로부터 1회당 25만 원의 도수 치료를 총 20회 받은 내용의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청구해 370만 원을 돌려받았다. 결국 A 씨는 성형 시술비로 130만 원만 부담한 셈이다.
근골격계 질환을 다루는 정형외과 등이 아닌 소아과·산부인과·피부과 등에서 도수 치료를 시행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산부인과에서 도수 치료를 받았다며 1994년생 남성이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80대 환자가 소아과에서 도수 치료를 받았다며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한 뒤 도수 치료를 시행한 것처럼 둔갑시키는 경우도 신고되고 있다.
도수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까지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허리 통증으로 경기도 과천의 한 소아과를 방문한 B 씨는 의사로부터 공부하는 습관 때문에 통증이 생겼다는 설명을 들었다. 의사는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며 도수 치료를 권유했고 아무런 근골격계 질환이 없었음에도 B 씨는 2017년부터 4년간 총 122회, 2800만 원의 도수 치료를 받았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도수 치료를 받으면 키가 클 수 있다는 과잉 광고도 성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수 치료 목적의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급증하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수 치료 목적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65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1조 1430억 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올해 지급되는 도수 치료 실손보험금이 역대 가장 많은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내장 수술 등 다양한 과잉 실손보험 청구 방식이 나타나고 있지만 도수 치료처럼 보험금을 청구하기 쉬운 것이 없다”며 “수술이나 시술이 아닌 만큼 환자들도 큰 부담이나 걱정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수 치료와 관련한 보험 사기 우려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도수 치료와 관련해 수사 의뢰된 환자 수가 2019년 679명에서 지난해 1429명으로 3년 만에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조 의원은 “(도수 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는 별도의 객관적 규제 또는 기준이 없어 비전문적이고 부적절한 치료의 남용이 확산하고 있다”며 “결국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우려뿐만 아니라 공·사 건강보험의 누수를 유발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도 가중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