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상공인 신용불량 막는다더니…저신용자 외면한 '브릿지보증'

지원액 88%가 중위·고신용자에 집중
되레 사고액은 2년새 140억 넘게 늘어
양금희 "등급별 차등 지원 등 보완 필요"

12일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 폐업 등으로 인한 임대 안내문이 건물에 붙어 있다. 성형주 기자


코로나19로 폐업한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기 위한 ‘브릿지보증’이 저신용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브릿지보증 공급액(4329억 원) 중 87.7%(3797억 원)가 개인신용 평점 1~5등급 소상공인에게 집중됐다. 5등급 미만의 소상공인에게 공급된 규모는 12.3%(532억 원)에 불과했다. 중위 및 고신용자가 혜택의 90%가량을 가져간 셈으로,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실적은 저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릿지보증은 코로나19로 폐업한 소상공인들의 사업자보증을 개인보증으로 전환해 재창업에 나설 때까지 지원을 지속하는 지역신용보증재단 상품이다. 소상공인들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지 않고 자금을 원활히 조달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정작 도움이 절실한 저신용자는 도외시하면서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양 의원은 “고신용자는 민간 보증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저신용자들이 기댈 곳은 신용보증재단뿐”이라며 “신용등급별 지원 규모를 설정해 저신용자 지원을 보장하는 방법 등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가 애초부터 부실하게 설계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원 자격 요건을 보면 개인신용 평점이 990점 이하이거나 연간 소득 8000만 원 이하인 소상공인은 누구나 브릿지보증을 신청할 수 있다. 1000점이 만점인 개인신용 평점에서 990점은 사실상 만점으로, 국민 대부분이 이러한 지원 자격을 충족한다. 신용불량자 양산을 방지하고자 도입된 제도의 문턱을 지나치게 낮게 잡아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보수적인 사업 운영에도 소상공인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고’ 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브릿지보증 사고 순증 규모는 시행 첫해 2021년 1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과 2023년 1~8월에는 각각 85억 원, 144억 원을 기록했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손실을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보전해주는 구조 탓에 지역신용보증재단이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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