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킹크랩을 비롯해 샤인머스켓 등 일부 고가의 식재료, 과일들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킹크랩은 가격 하락 소식에 수산시장, 대형마트에서는 ‘품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가격 하락에도 서민들은 배불리 먹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17일 수산물 유통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전날인 16일 전국 주요 수산시장의 러시아 자연산 A급 특대 레드 킹크랩(살수율 80% 이상·3㎏ 이상) 가격은 ㎏당 7만1000원으로, 한 달 전(11만6700원)보다 39.2% 내렸다.
킹크랩은 ㎏당 12만원대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중순부터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주로 킹크랩은 아시아권에선 살아 있는 상태로, 미국·유럽에선 냉동 상태로 유통되는데 전쟁 이후 러시아 냉동창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올해 잡힌 킹크랩을 한국 등 아시아 국가로 더 많이 수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비싸서 먹지 못했던 킹크랩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소비자들은 노량진 수산시장을 비롯해 대형마트로 향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킹크랩을 찾는 손님이 평소보다 4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 전체가 타격을 받았는데 오랜만에 시장이 북적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리거나 소량만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이 많이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비싼 가격 때문이다. 킹크랩을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마트가 아닌 시장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애들이 킹크랩을 먹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수산시장까지 왔는데 너무 비싸서 가족들이 배터지게 먹을 정도는 못 샀다”며 “저는 조금만 먹을 생각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킹크랩 가격이 떨어져도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은 “전단지를 보고 왔는데 여전히 비싸긴 하다”며 “좀더 저렴한 비슷한 식재료를 구입할까 고민 중인데 그러면 애들이 실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