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억대 프로그램 공짜로…민간 자율주행 '액셀'

개방 1년6개월만에 508건 이용
기업 참여 158건으로 가장 많아
3D지도·교통·기상상황등 반영
가상현실 시뮬레이터 통해 제공
끼어들기 등 돌발상황 점검가능


서울시가 민간에 개방한 자율주행 가상현실 시뮬레이터(실험 공간) 활용 건수가 1년 6개월만에 500건을 넘어섰다. 정부가 2027년 레벨4(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 단계) 상용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기업·공공기관·대학 등이 자율주행 제품을 선보이기 앞서 시의 무료 시뮬레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도심항공교통(UAM)·드론·무인로봇 산업이 급성장하는 만큼 시뮬레이터 활용은 자율주행을 넘어 모빌리티 업계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의 자율주행 가상현실 시뮬레이터 이용 건수는 이달 15일 기준 508건을 기록했다. 기업이 158건으로 가장 많았고, 학교(132건)·기관(118건)·개인(100건)이 뒤를 이었다. 참여 주체별로 81개 단체(기업 46개·학교 20개·기관 15개)와 개인 40명이 시뮬레이터를 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와 함께 추진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자율차 시뮬레이터를 민간에 무료로 개방했다. 여기에는 현실 속 사물을 컴퓨터 가상세계로 들여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모의 실험해 결과를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이 적용됐다. 시뮬레이터에서는 현재 자율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돼 운영 중인 마포구 상암의 도로 환경을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다. 올해 강남·청와대·청계천 일대도 자율차 시범운행지구로 운영 중인 만큼 내년에는 이 지역들도 주행 실험이 가능하도록 시뮬레이터에 추가할 예정이다.



시뮬레이터 화면.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는 개발 업체가 실제 도로에 자율차를 투입하기에 앞서 온라인에서 충분한 검증과 기술 개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시뮬레이터를 무료화했다. △차선까지 표현되는 3차원(3D) 정밀도로지도(HD)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 △건물·가로수 등 도시 환경 △실제 도로 및 교통상황 △어린이보호구역 등 보호구역 △눈·비 등 기상상황까지 반영한 자율주행 특화 가상현실세계를 구현했다. 신호등 색상이나 다음 신호까지 남은 잔여시간 같은 실시간 교통신호와 함께 사각지대 보행자 등 위험상황까지 실시간 연동이 가능하다.


실제 도로주행과 달리 가상현실에서는 실험 제약이 적다는 점이 시뮬레이터의 최대 장점이다. 실제 도로에서는 날씨, 도로 상황, 끼어들기, 야생동물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데 시뮬레이터에서는 이러한 돌발상황들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이 가능하다.



시뮬레이터 화면. 사진제공=서울시

기존 자율차 시뮬레이터가 1억~2억원의 고가 해외 제품 위주였지만 서울시 시뮬레이터는 무료라는 점도 업체들에게 매력적이다. SK텔레콤, 자율주행 가상현실 구축 전문 스타트업 모라이(MORAI) 등 토종 기업들이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시스템이어서 구축 환경이 친숙한 장점도 있다.


서울시는 시뮬레이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달 30일 모라이와 ‘제1회 서울 가상현실 자율주행 챌린지’를 공동 주최한다. 시 시뮬레이터에서 자율차를 동시에 출발시켜 법규 준수, 장애물 회피, 돌발상황 대처 등 각종 임무를 완수해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하는 순서로 순위를 결정하는 대회다. 대회는 국내 최대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인 ‘상암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열린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가상현실 주행 환경 구축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찾아오는 ‘열린 자율주행 상용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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