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행보가 8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중 통화량이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자금이 금리가 높은 정기 예적금으로 쏠리고 있는데 이는 광의통화량(M2) 지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신 단기 유동성으로 볼 수 있는 협의통화량(M1)은 감소 전환했다. 최근 미국 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정기 예적금 등에 자금이 계속 쏠린다면 통화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17일 한국은행은 8월 M2가 평잔 기준 3829조 6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8조 8000억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가율로 보면 0.2%로 전월(0.7%)보다 증가율이 하락했으나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시중 통화량을 보여주는 M2 지표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상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 상품을 포함한다.
먼저 시장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정기 예적금이 7조 7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 자금이 일부 유입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자금 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금리가 상승한 결과다. 반면 수시 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7월에 유입됐던 세금 납부 등 결제성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2조 6000억 원 감소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4분기에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수요가 증가하자 CD 등 시장형 상품이 4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수익증권은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2조 8000억 원 늘었고 금융채는 은행채가 순발행 전환하면서 1조 8000억 원으로 증가 전환했다.
경제주체별로 살펴보면 기업 보유 통화량이 9조 원으로 큰 폭 늘었다. 대부분 수익증권과 정기 예적금이다. 반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2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유동성인 M1 잔액은 1186조 1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2조 8000억 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과 수시 입출식 저축성 예금이 모두 줄어든 영향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1.2% 줄어들면서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M2를 보면 금리 상승으로 정기 예적금과 위험도가 높은 투자자산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며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