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주부 이 모 씨는 지난달 남편과의 가을 나들이를 위해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입장권을 예매하려다 혀를 내둘렀다. 입장권 예약이 시작된 첫날 홈페이지에 접속했으나 대기 인원만 수만 명이라고 안내받았기 때문이다. 30분 넘게 기다렸으나 여전히 접속은 진행 중이었다. 4시간여의 사투 끝에 접속에 성공한 이 씨는 입장권 두 장을 겨우 예매할 수 있었다. 그는 “예매에 성공한 후 다른 가족들 표도 사려고 들어갔지만 금세 주말 표는 매진됐다”고 말했다.
단풍 시즌이 돌아왔다.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 설악산·오대산·내장산이 먼저 떠오른다면 MZ세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여행·관광 업계에서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힘들게 등산하지 않고 편하게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는 팁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수기에 버금가는 가을 시즌을 맞아 업계가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화담숲이다. 화담숲은 서울에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해 있다. 곤지암리조트 옆 발이봉(482m) 기슭에 조성된 수목원에 내장단풍·애기단풍·산단풍·고로쇠·복자기 등 400여 품종의 단풍을 품고 있다. 화담숲은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서울 근교에서 즐길 수 있는 단풍 명소로 유명하다. 실제로 매년 가을 시즌 화담숲을 찾는 방문객은 다른 계절보다 3배가량 많다. 곤지암리조트 측은 화담숲의 높은 인기 비결을 두고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와 더불어 모노레일을 꼽는다. 통유리로 된 모노레일 안에서 시속 10~15㎞ 속도로 이동하면서 단풍 절경을 두루 훑어볼 수 있다. SNS상에서 붉게 물든 단풍 사이로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화담숲 가을단풍축제’는 이달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화담숲을 방문하려면 사전 예약은 필수다. 입장은 15분 단위로 회차당 300명, 하루 관람 인원수를 1만 명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이미 평일까지 입장권이 모두 매진돼 중고 거래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고 있다.
젊은 층이라면 놀이기구를 타며 단풍을 보는 것도 이색 단풍놀이 방법이다. 수도권 테마파크 중에서는 서울랜드가 이 같은 단풍 명소로 손꼽힌다. 청계산을 등지고 있어 서울랜드 곳곳에서 붉은 단풍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랜드 측은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 최고의 성수기지만 가을도 그에 못지않게 방문자들이 많이 오는 시즌”이라며 “단풍 구경도 하고 소풍하러 다른 기간보다 가을에 방문자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랜드에서 단풍을 제대로 즐기려면 롤러코스터 ‘블랙홀 2000’을 탑승해야 한다. 35m 레일 위 낙하하기 직전 최정상 지점에서 서울랜드의 가을 단풍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스릴 있게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다. 스릴이 두려운 가족 고객들에게는 ‘터닝메카드 레이싱’ ‘라바트위스터’가 추천된다. 터닝메카드 레이싱은 3m 높이의 공중레일을 달리는 하늘자전거, 라바트위스터는 공중그네로 공중에서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볼 수 있다. 놀이기구 탑승 외에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서울랜드로 오는 순환길 1.1㎞ 내내 양쪽으로 단풍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걸어 다니면서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리조트 업계는 단풍으로 유명한 산 인근의 리조트를 중심으로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의 경우 설악산국립공원과 맞닿아 있는 델피노리조트가 제일 인기가 많다. 이달 11일 기준 단풍 기간 전 객실 예약이 이미 다 찼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시작되는 곳이다. 델피노리조트에서 숙박하면 등산하지 않고도 설악산의 단풍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내 3대 암산이자 깊은 계곡과 단풍이 조화를 이룬 주왕산을 앞에 둔 소노벨청송 역시 단풍 시즌 예약률이 70%로 집계됐다.
대명소노그룹 측은 “올해는 가을 단풍 시즌을 맞아 델피노리조트에서 울산바위 모양을 형상화한 판나 코타, 솔방울 모양 에스프레소를 넣은 솔방울 라테 등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며 “고객의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